[자본시장법 2년…한국IB의 현주소] (4) "자산관리 뒷받침 돼야 대형IB 도약…'상품개발~판매채널' 확보가 첫 걸음"
"자산관리(WM)는 국내 증권사들이 진정한 의미의 투자금융회사로 거듭나기 위해 반드시 뒷받침돼야 하는 비즈니스입니다. 기업금융 트레이딩 자산관리의 균형 잡힌 발전 없이는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하기 어렵습니다. "

정영채 우리투자증권 IB사업부 대표(47 · 사진)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자산관리부문에서 확보한 광범위한 리테일(소매) 고객도 법인고객과 함께 IB에는 중요한 유통채널"이라며 "자기 투자를 위해 자본금을 마냥 늘릴 수 없는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에 자산관리를 통한 고객기반 강화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IB를 표방하는 증권사들이 앞다퉈 대형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IB를 통해 확보한 투자자산을 자기자본투자(PI)나 트레이딩 등 내부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헤지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끌어 안고 있는 투자자산이 많아지면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 등 수익성 둔화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결국 IB로서의 경쟁력도 훼손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그는 "언더라이팅(인수 · 발행) 능력과 스트럭처링(구조화) 등을 통한 상품개발 능력,상품화된 자산을 소화해 줄 판매채널이 독립적이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된 사업구조를 갖추는 것이 IB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IB들의 경쟁력도 이처럼 잘 짜여진 시스템에서 나온다는 분석이다. 정 대표는 "UBS는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의 요구 수익률을 맞추기 위해 투자상품을 찾는 과정에서 IB사업부가 성장했고,전통적인 IB 강자 메릴린치와 골드만삭스는 반대로 기업들의 발행수요에 매칭시킬 수 있는 투자자를 늘리면서 IB와 자산관리부문이 균형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실제 IB(7.7%)와 자산관리(1.5%)의 수익 비중 격차가 큰 국내 금융투자회사들과 달리 골드만삭스는 자산관리부문 수익 비중이 9%로 IB(11%)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산관리가 뒷받침되는 IB의 성공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정 대표는 우리투자증권이 한경 선정 '제2회 한국IB대상'에서 주식 관련 사채부문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상대적으로 리테일 영업조직이 탄탄하고,특히 신용 A등급 이상 우량채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가 높았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비우량 채권에서 뛰어난 성과를 거둬 2위를 차지한 동양종금증권도 과거 종합금융사 시절 확보한 고위험 자산 선호도가 높은 고객층이 경쟁력의 원천이 됐을 것이란 설명이다.

정 대표는 "자산관리 고객층이 다양해질수록 차별화된 투자상품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IB의 업무영역은 넓어지게 된다"며 다시 한 번 동반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직은 자산관리 시장이 획일적인 상품과 서비스로 가격 경쟁을 하는 단계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고 지적했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