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열 신한금융지주 회장 직무대행이 회장 후보를 고사한 것은 자신이 회장 후보인 상황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 논란을 빚는 것에 부담을 느낀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감독 당국의 간접적인 압박도 작용한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신한금융은 류 대행이 특별위원회 위원인 만큼 본인이 회장 후보로 나오더라도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혀왔다. 류 대행도 7일 "투표권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본인이 후보인 상황에서 투표권을 갖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신한금융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에 '추천위원이 사외이사 후보가 될 경우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금융감독 당국 관계자는 "회장 후보가 구체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당국이 나설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시장의 정서에 반하는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혀 류 대행의 자기투표권 행사에 부정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처럼 자신을 둘러싼 논란이 확대되자 자존심 강한 류 대행이 후보를 포기했다는 분석이 많다. 류 대행은 특위가 열리기 전에 "자리에 욕심내며 살아오지 않았는데 마치 노욕을 보이는 것처럼 비쳐진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본의 아니게 자신이 신한금융의 파벌싸움에 휘말리면서 감독당국으로부터 공개경고를 받은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