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식워런트증권(ELW)이 홍콩 증시에 상장되는 것은 한국 대표기업이 세계 최대 ELW시장에 데뷔해 글로벌 투자자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의미를 갖는다.

삼성전자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14.13%를 차지하는 대장주다.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주의 ELW와 겨루게 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클 전망이다.

노무라금융투자가 삼성전자 ELW 상장을 서두르게 된 것은 삼성전자의 달라진 글로벌 위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노무라금융투자 관계자는 "홍콩의 투자자들은 글로벌 IT주 가운데 눈에 띄는 실적을 내놓은 삼성전자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는 코스피지수와 상관도가 높아 투자수단으로도 유용하게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무라 측은 코스피2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W를 홍콩 증시에 처음 상장할 계획이었지만 삼성전자 ELW를 우선 내놓기로 방침을 바꿨다.

투자자 입장에선 애플 구글 등의 ELW와 묶어 다양한 파생전략을 펼 수 있게 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은 경쟁자이면서 전략적 파트너라는 양면적 관계다. 스티브 잡스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18일 병가를 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 주가는 급등했다. 애플이 흔들리면 이와 경합하는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와 반대되는 상황도 벌어진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 애플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4분기 실적을 내놓자 삼성전자 주가도 덩달아 올랐다. 애플에 반도체 디스플레이패널 등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 수혜주로 지목된 것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애플과 삼성전자 주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판단해 하나를 선별하거나 묶어 투자할 수 있다"며 "두 종목의 주가 흐름에 따라 투자자가 얻는 수익도 천차만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증시의 상장 예비심사 절차는 1개월 이상 걸린다. 노무라 측은 '삼성전자를 기초자산으로 써도 좋다'는 승인이 나면 곧 상품 개발에 착수해 만기 발행가격 등을 세부 결정할 예정이다. 이르면 내달 중 홍콩 증시에 선보일 수 있다.

다만 국내 기초자산을 홍콩에서 ELW로 발행하는 첫 사례인 만큼 심사가 지체되거나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내에서도 해외 ELW 투자가 가능하다. 우리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통한 홍콩 ELW 매매주문 서비스를 하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도 글로벌 IT주와 삼성전자를 묶어 다양한 투자전략을 짤 수 있는 것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

◆ ELW

equity-linked warrant.주식워런트증권.기초자산이 되는 특정 종목(또는 지수)을 미리 정한 조건으로 미래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다. 옵션과 비슷한 파생상품이지만 증시에 상장돼 거래되는 점이 다르다. 살 권리인 '콜워런트'는 기초자산 가격이 오를 때,팔 권리인 '풋워런트'는 주가가 내릴 때 각각 수익이 난다. 국내에선 ELW의 기초자산으로 개별종목 주가와 코스피200지수가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