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는 사회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론 고민도 많은 시기다. 대체로 기업의 정년퇴직 연령이 55세인 점을 감안하면 40대에 남은 직장생활은 길어야 15년이다. 이 기간 중 자녀교육비와 주택 구입에 따른 비용을 감당하면서 생활도 영위해야 한다. 여기에다 부부의 노후자금 준비까지 생각하면 답답하고 앞이 안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40대라면 충분하진 않아도 아직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면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다.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한영민씨(44)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40대 은퇴설계 어떻게

대기업에서 마케팅 팀장으로 근무하는 한씨는 부인(40)과의 사이에 중학교 3학년 아들 한 명을 두고 있다. 요즘 같은 저출산 시대에서는 사회에 기여를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지만 감당키 어려운 자녀교육비를 생각하면 자식 하나만 둔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산다. 하지만 아들을 대학교까지 보내야 하고 부부의 노후준비도 해야 하는데 55세가 정년이라서 늘 불안하기만 하다.

자산으로는 주거용 주택 5억5000만원,예 · 적금 2600만원,작년 말 회사가 퇴직연금을 도입하면서 정산해준 퇴직금 9000만원과 소득공제형 개인연금액 1576만원 등 총 6억8216만원이다. 총자산에서 주택담보대출 8100만원을 빼고 나면 순자산은 6억116만원이다. 한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돈을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넣어 두고 있는데 이 돈으로 대출을 상환해야 할지 은퇴자금으로 운용해야 할지도 고민 중이다.

지난해 1년간의 월별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수입은 한씨의 근로소득과 상여금을 합해 월 540만원이다. 월간 고정지출은 4대보험과 소득세로 50만원,담보대출 원리금 상환금 48만원,보장성 보험료 15만원이다. 변동지출은 총 340만원이 지출되고 있는데 주거비와 식비 140만원,자녀교육비 100만원,교통통신비와 문화비 100만원 등이다. 총 지출액은 453만원이다.

한씨는 총급여에서 453만원을 지출하고 남는 돈 90만원을 저축하며 살고 있지만 늘 허덕거리며 산다는 느낌이다. 그러다 보니 정작 부부의 노후준비는 생각만 있지 실행을 못하고 있다. 그가 결혼생활 16년 만에 내집 마련을 하고 순자산 6억원 정도 모은 것은 열심히 살아왔다는 증거다. 하지만 한씨 가정은 재무적으로 개선하고 준비할 것들이 많다.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자.


◆은퇴 후 필요한 자금은

첫째 재무목표별 필요자금을 계산해 본 후 저축과 투자 계획을 세운다. 한씨 가정의 재무목표 우선 순위는 자녀 대학교육비 마련과 부부의 노후자금 준비다. 아들의 대학교 4년간 필요자금은 교육비 인상률을 연 7.6%로 가정할 때 5025만원으로 계산됐다. 이 중에서 현재 가지고 있는 예금 2600만원을 연 4%짜리 정기예금에 저축한다면 부족자금은 2100만원.지금부터 3년간 금리 연 4.5% 적금 상품에 매월 56만원씩 저축하면 된다.

은퇴자금의 경우 한씨는 60세 은퇴를 원하고 본인의 기대수명은 85세,배우자 기대수명은 92세를 예상한다. 부부생존 때 월 생활비는 250만원,배우자 단독 생활비는 월 150만원으로 가정한다. 한씨는 65세부터 노령연금 120만원 정도를 받게 되는데 보수적으로 90만원 수령을 예상으로 국민연금을 감안한 후 60세 시점 부부의 은퇴자금은 11억6160만원이 나왔다. 이 금액에서 9000만원의 퇴직정산금과 퇴직연금으로 운용하는 금액을 준비된 자금으로 보고 부족자금을 계산해보니 현재시점에서 약 3억1663만원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후 투자수익률을 연 7%로 예상하고 앞으로 남은 16년 동안 매월 95만원씩 투자하면 은퇴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한씨는 퇴직금으로 받은 9000만원을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 중이다. 대출상환을 해서 월 비용 48만원을 투자할 수도 있지만 개인퇴직계좌(IRA)에 저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그 이유는 현재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3.5%로 낮은 수준이고 앞으로 금리가 오르더라도 원금과 이자 상환금액이 총 소득 대비 8.9%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어서다. 뿐만 아니라 개인퇴직계좌를 이용할 경우 퇴직소득세의 이연효과와 함께 은퇴자금 마련의 종잣돈으로 투자할 경우 은퇴시점에 커다란 은퇴 재원이 될 수 있다.

또 은퇴설계를 하면서 빼먹지 말아야 할 것이 의료비 간병비인데 그는 현재 실손의료비보험에 가입돼 있어 충분하진 않아도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결과적으로 총 필요자금을 마련하려면 한씨는 매월 151만원(자녀교육비 월 56만원과 노후자금 마련 95만원)씩 저축해야 한다.

빠듯하게 살아온 한씨가 이 금액을 모두 저축할 수 있을까? 언뜻 봐서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자산에 꼬리표를 달고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하면 얼마든지 목표 달성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의지를 가지고 실천하는 일이다.

우선 자녀 대학교육비는 지금 치르고 있는 적금(연 4.5%)과 장마저축을 그대로 두고 추가로 10만원을 주식형 적립식펀드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그러나 자녀교육비는 절대 줄일 수 없다는 한씨 부인의 뜻에 따라 향후 사교육비를 100만원 이내에서 통제하도록 권유하는 수준에 머물러야 했다.

◆은퇴 자금 마련 방법은

둘째 부부 은퇴자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먼저 개인연금은 소득공제 혜택도 있고 55세 퇴직 후 60세 은퇴시기까지 5년간 공백을 채워야 하기 때문에 계속 불입해 나가다가 퇴직 후 연금으로 받아 생활하도록 한다. 남은 일은 3억1663만원을 마련하기 위해 매월 95만원씩의 투자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씨는 변동지출 중에서 줄일 수 있는 항목을 찾아야 한다. 그는 생활비는 더 이상 줄이기 어렵다고 하지만 할 수 있는 대로 더 줄이고 교통 · 통신비와 문화비를 줄여서 70만원과 현재 적립식펀드에 납입하는 20만원을 합해 은퇴목적으로 꾸준히 투자해야 한다. 퇴직 때까지 11년간은 매월 70만원씩 불입하고 이후 5년 동안은 세후 연 7% 투자수익을 내는 변액연금보험 상품으로 운용하면 60세 시점에 약 2억원이 모아진다. 물론 이 금액만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아들 대학 졸업 후에는 연금상품에 추가납입하는 등 적립액을 더 늘려야 한다.

한씨는 문화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줄이면 무슨 낙으로 사느냐고 항변하지만 노후에 비참한 생활을 하기보다는 지금 고생하는 것이 훨씬 낫다. 아들의 교육비로 들어갔던 돈과 급여 인상분을 은퇴자금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노후를 즐길 수 있다.

임계희 포도재무설계 웰스매니지먼트 사업부 대표 khim@podof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