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개선 등 7억弗 비용 발생
삼성전자, 일부 PC 판매 중단
인텔은 신형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 '2세대 코어 프로세서(샌디브리지)'용 보조 칩인 6시리즈 제품에 설계 결함이 있어 지난달 9일 이후 생산한 물량을 전량 회수한다고 1일 발표했다. 6시리즈는 CPU를 탑재해 구동하는 메인보드에 쓰이는 반도체 칩이다.
인텔은 문제를 해결한 새 공정으로 제품을 생산, 2월 말부터 새 6시리즈를 출하하고 4월이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가 된 부품 대부분이 메인보드와 PC조립 공정을 밟거나 선적 중이어서 소비자들이 받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설계 결함에 따른 공정 변경과 제품 회수 등으로 1분기 매출이 3억달러가량 줄어들고 비용은 총 7억달러가 소요될 것이라는 게 인텔 측의 설명이다.
PC업계 관계자는 "하드디스크(HDD) 광학디스크드라이브(ODD) 등에 연결된 시리얼ATA(SATA) 포트 6개 가운데 4개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는 문제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 관계자는 "인텔이 이미 신형 CPU를 탑재한 PC를 구매한 소비자들에 대한 리콜 조치를 추가로 발표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학기를 앞두고 인텔의 칩 공급에 문제가 발생,PC제조업체들의 판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중순 출시한 노트북 RF시리즈 3종과 데스크톱 G600시리즈 3종 등 인텔 2세대 코어 프로세서 탑재 PC의 판매를 중단하고 환불 및 교환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도 PC 신제품에 결함이 있는 반도체 칩을 탑재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고로 인텔의 신형 CPU를 탑재한 PC제품 출시가 늦어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신형 CPU는 대개 향상된 성능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메인보드를 필요로 한다. 인텔이 샌디브리지와 동시에 6시리즈를 생산한 것은 이 때문이다. 기존 CPU에 맞게 생산된 메인보드는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탑재할 수 없다. 일종의 '병목 현상'이 불가피한 셈이다.
인텔은 당초 2월 말부터 'i5' 등 신형 CPU를 대거 출하한다는 방침이었다. 또다른 PC업계 관계자는 "신형 6시리즈 칩 생산이 정상화될 때까지 두 달간 메인보드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메인보드를 다시 설계하는 문제까지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인텔은 지난달 초 열린 전자전시회 'CES 2010'에서 2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발표했다. 이 신형 CPU는 그래픽 처리를 담당하는 GPU(그래픽 프로세싱 유닛)를 하나의 칩에 같이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처리속도를 높이고 전력소비를 줄이는 데 성공해 PC업계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반도체 업계는 D램 반도체 업황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신형 CPU 탑재 PC는 전체 출하량의 10% 정도"라며 "몇 달간 이 물량이 줄어든다 해도 전체 판매량의 5% 이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등은 HP 델 등 대형 PC제조업체들과 분기 또는 반기별로 D램 공급량과 공급가격을 정하는 '블록 딜(block deal)'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다.
조귀동/김현예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