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이집트의 반정부 시위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수도 카이로의 시위대가 1일(현지시간) ‘100만명 총궐기 행진’을 벌이기로 해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는 시위현장에 군과 경찰을 추가로 투입하고 내각인사를 발표하는 등 사태 수습에 안간힘을 다하는 모습이다.하지만 성난 민심은 호소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조속하고도 완전한 퇴진’을 요구하며 시위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1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무바라크 대통령은 반정부 시위가 갈수록 확산되자 강경진압을 주도해온 하비브알 아들리 내무장관을 경질하고 경찰청장 출신인 마흐무드 와그디를 신임 내무장관에 임명하는 등 내각을 새로 구성해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그러나 반정부 시위대는 새 내각 인사 직후 “우리는 현 체제의 퇴진을 원한다”며 무바라크의 퇴진을 거듭 촉구했다.

시위대의 퇴진 압박은 오히려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전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과 무슬림형제단이 주도하는 반정부시위대는 1일 수도 카이로에서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100만명 행진’을 열고 무기한 총파업을 벌일 예정이다.엘바라데이와 야권은 무바라크 퇴진에 대비해 이미 과도정부위원회를 구성한 상태다.

시위 진압에 투입된 군과 경찰은 시위대가 모여있는 카이로 중심부 타흐리르광장 주변에 1m 높이의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정부 측은 시위대 집결을 막기 위해 철도 운행을 전면 중단시켰다.이에따라 자칫 100만명 행진 행사에서 흥분한 시위대와 군경의 충돌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집트 시위대의 무바라크 퇴진 시위가 사그라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친 무바라크 성향을 보여온 서방 측도 ‘포스트 무바라크’를 검토하는 분위기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30일 이집트에 ‘질서있는 이행(orderly transition)’을 촉구했다.이에대해 워싱턴포스트(WP)는 미 행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오는 9월 대선까지 이집트를 통치할 과도정부를 암시하는 듯한 매우 주의 깊게 선택된 단어”라고 보도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집트는 더 큰 권리와 더 많은 자유, 법치가 보장되는 민주체제로 질서있게 이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이집트 사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른 군부는 지난달 31일 무바라크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수만명의 시민들에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1일 국영 뉴스 통신사 메나에 따르면 이집트 군은 성명을 통해 “이집트 군은 지금까지 이집트 국민들에 대해 무력을 사용해 본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무력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