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성동장애인 복지관.한화건설 이근포 사장과 임직원 30여명은 설 명절을 앞두고,이 곳의 장애인들과 함께 전과 떡 등 차례음식을 만들며 온정의 시간을 가졌다. 한화건설은 지난 2006년부터 성동장애인복지관과 인연을 맺고,장애아동지원사업과 매달 한차례 이상 임직원들이 자원봉사활동을 펼쳐왔다. 이제동 한화건설 부장은 "올해는 건설기업의 특성을 살리 '꿈에그린 도서관 조성 사업' 뿐아니라 보육시설 봉사활동,무료금식 지원사업 등으로 사회공헌활동 범주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하게 펼쳐지는 건설업계 나눔경영

건설업계가 '상생발전'이란 아젠다의 실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특히 소외계층 및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나눔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두차례의 뼈저린 구조조정을 겪었고,아직도 건설 · 부동산경기 침체의 그늘속에 있다. 하지만 사회공헌 활동만큼은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각 건설사들이 업종의 특성과 회사별 개성을 살린 사회공헌을 펼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사랑의 짓집기 등 헤비타트를 비롯,교육시설 기부 및 자연보호,환경교육,문화활동 지원 등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단순한 금전기부는 탈피한 지 오래다.

현대건설은 그동안 간간히 해오던 사회공헌활동을 체계화하고 지속화하기 위해 본사내에 'CSR팀'이란 상설 조직으로 신설했다. 2009년 11월에는 현대건설그룹사 임직원과 가족 등 10만명이 참여하는 '현대건설가족 사회봉사단'을 발족시켜 사회공헌 활동을 전사적 운동으로 만들었다. 최근에는 소외된 이웃들에게 문화공연을 통한 희망과 사랑을 나눠주는 활동도 펼치고 있다.

현대건설은 작년 6월 9일 서울 마포구 성산동 나눔교회에서 '함께해요,나눔예술 해피 투모로우'협약을 체결하고,세종문화회관 등과 함께 문화나눔활동을 지원키로 약속했다. 김중겸 사장은 "협약식을 계기로 문화생활에서 소외되기 쉬운 서민들이 최고의 문화공연을 언제든 만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사회공헌 영역 확대

건설업계의 사회공헌 활동이 개별 기업에 그치지않고 범주를 넓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변해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GS건설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여름 침수피해를 입은 강남 세곡동 일대 노후가옥 복구에 뛰어드는 등 즉석 현장 자원봉사에 나섰다. GS건설 청담자이 현장에 근무하는 직원 10여명은 20세대의 장판을 교체하고 가구 및 가제도구를 정리하는 데 구슬땀을 흘렸다.

그뿐 아니다. 배추값이 폭등했던 작년 11월.GS건설 임직원과 그 가족 200여명은 남촌재단 및 어린이재단과 공동으로 경기도 광주의 한사랑 마을에서 김장김치를 담갔다. GS건설 봉사단은 저소득층 1004세대에 지원할 김치 30톤을 한사랑마을에 전달했다.

GS건설 관계자는 "태안군 유류 유출사고,돌발 폭우 등으로 재해를 입은 지역 어디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찾아가 봉사활동을 하는 이른바 '현장 사회공헌'을 일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건설은 지역주민에게 사랑받는 기업상 정립을 위해 오지마을과 자매결연을 맺고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1998년 포항시 북구 기계면 지가2리와 처음으로 자매결연을 맺은 포스코건설은 지금까지 6개의 마을과 1개의 재래시장 등 모두 7개 지역과 결연을 맺었다.

이 회사는 자매마을에서 특산품 팔아주기,농번기 일손 돕기,독거노인 및 소년소녀가장 돕기,의료봉사 등 주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것을 찾아서 도와주는 '실익봉사'를 해오고 있다. 포스코건설이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 2004년 5월 포항의 죽도시장과 맺은 자매결연은 나눔경영의 본질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다. 죽도시장은 1955년 노점상 20개로 출발,지금은 일반점포 1400여개와 노점상 800여개 등 2200여개의 점포로 이뤄진 동해안 최대의 재래시장으로 전국 5대 재래시장 중 한 곳이다. 포스코건설은 매년 이 곳에서 특산품 팔아주기를 해주고 있다.

◆테마형 사회공헌 활동 인기

금호건설은 낙후된 지역 공간을 아름다운 벽화거리로 봉사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이 사회봉사는 민 · 관 · 학을 연계한 '산학협동 자원봉사활동'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작년 8월에는 서울시 홍제동 개미마을에 테마별 벽화거리를 조성,'빛 그린 어울림 마을 1호'를 탄생시켰다. 낙후된 마을이 주민들에게는 희망을 주고,시민들에게는 휴식과 즐거움을 주는 공간으로 탈바꿈됐다.

금호건설 관계자는 "벽화마을이 조성된 뒤로 수많은 시민들이 카메라를 메고 찾아오는 바람에 마을에 생기가 넘치고 있다"며 "이곳을 방문한 많은 사람들이 블로그,카페 등에 잇따라 글을 올린 바람에 어느새 관광명소가 됐다"고 말했다.

금호건설은 앞으로도 벽화마을 조성사업인 '빛 그린 어울림 마을' 봉사활동을 지속함으로써 기업과 사회가 소통하는 계기를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우림건설 임직원 30여명은 작년 11월 경기도 의왕시의 명륜보육원을 찾아 원생들의 겨울나기를 위한 김장나눔 활동을 가졌다. 김장담그기 외에도 원내 시설보수 및 장학금 지급,송년행사 등을 8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김장나눔을 위한 배추,무 등 재료들은 충남서산의 장애인 자활농장인 '함께 걸음 농장'에서 구매해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회사는 또 연말이면 직원들이 소외계층의 보육시설과 공부방,장애인 노숙쉼터,여성단체 등을 방문해서 다양한 테마 프로그램을 만들어 '몸으로 하는 봉사활동'을 실행해오고 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