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에서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로 사망자만 150명에 이르는 등 유혈사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증시가 급락하고 달러값이 크게 오르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도 가중되고 있어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악영향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이집트 사태가 어떤 식으로 귀착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무바라크 대통령이 전격적 개각과 함께 민주화 방안을 마련하고,일자리 창출과 물가안정을 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민심을 달래기엔 역부족인 것 같다. 더욱이 군부도 현 정권에 등을 돌리는 양상이어서 사태가 어떻게 진전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문제는 튀니지에서 처음 시작된 이 같은 시위가 이집트를 거쳐 요르단 예멘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알제리 등 주변국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되고 있는 데다,이집트에서 이슬람 극단주의가 득세한다면 수에즈 운하를 통한 물류시스템까지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점이다. 이 경우 세계 경제 전반에 심각한 파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글로벌 금융시장과 상품시장이 충격을 받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뉴욕증시는 물론 유럽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고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값은 큰폭으로 뛰었다. 석유수급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급등했고 금값과 원자재 가격도 상승세를 줄달음질하고 있다. 주요 석유수출국인 중동 지역의 민주화 시위와 이로 인한 정세 불안이 세계 경제 회복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다름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그 영향권에서 예외일 수 없다. 어제 코스피지수가 4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고 원 · 달러 환율이 7원 이상 급상승한 것만 봐도 그렇다. 특히 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기업 경영뿐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어 걱정이 크다.

따라서 정부는 이집트 사태가 국내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당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현지근무 인력과 여행자 신변안전을 확보하는 일이다. 철저한 보호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전세기 등을 통한 조기 철수 채비도 갖춰야 한다. 무엇보다 이집트 사태는 그동안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경제운용의 악재인 만큼,유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이 가뜩이나 불안한 물가를 자극하는 일을 차단하고,금융시장 안정성을 지키는 데도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