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 경제의 쌍두마차가 됐다. 국내총생산(GDP) 규모 세계 2위,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세계 최대 수출국에 어울리는 비유다. 그러나 '중국기업 팍스콘 직원이 벌써 열다섯 번째 자살했다'는 최근 보도는 이를 무색케 한다. 미국 애플사의 부품 공급업체인 중국 팍스콘의 직원들은 '허리를 한번 굽히는 게 소원'이라고 할 정도로 열악한 근무 환경과 높은 노동 강도에 신음한다. 다른 기업들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중국의 1인당 GDP는 4210달러에 불과하다.

중국에서 가장 양심 있는 경제학자로 불리는 랑셴핑 교수는 《부자 중국,가난한 중국인》에서 중국 경제의 이 같은 문제점을 폭로하고 참모습을 직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조악한 품질,성공의 사다리를 잃어버린 젊은이들,해외로 진출하지 못하는 기업,무능력한 외교까지 16가지 문제야말로 세계 경제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중국 제조업체가 열심히 물건을 만들수록 미국과 유럽이 잘살게 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얘기한다. 중국 제조업체가 서구의 금융과 산업자본의 영향력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가령 원자재 구입 가격은 서방의 금융자본이 결정하고,제품의 판매 가격은 산업자본이 지배한다는 것이다. 재주는 중국이 넘고 열매는 미국과 유럽이 챙긴다는 얘기다.

저자는 또 볼보를 인수한 중국 지리자동차는 노조를 경험해 본 일이 없어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미국에 환율뿐 아니라 신(新)에너지 시장까지 내줬다고 지적한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휴대폰의 절반 이상이 짝퉁인 이유도 명쾌하게 풀어낸다.

사회주의 국가이면서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서민용 주택과 저렴한 임대주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중국의 아이러니다. 오히려 이런 주택은 자본주의 국가들의 전유물이다. 교육 개혁 작업에서도 학생이 아니라 교수들의 복지와 몸집 불리기에 급급했다. 영국 식민지였던 홍콩이야말로 가장 우수한 교육이념을 유지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