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금융감독당국의 퇴직연금 운용 규제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은행)가 원리금보장상품 중 자기 회사 상품을 70% 이상 편입하지 못하도록 한 규제가 고객의 상품 선택권을 침해하고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국세청이 최초 가입한 퇴직연금 상품을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경우 해약으로 간주해 퇴직소득세를 물린다고 유권해석을 내린 것에 대해서도 금융회사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사 상품 편입비율 제한 반대"

금융감독당국은 과도한 금리 제시 등 시장의 과열 경쟁 소지를 차단하기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의 원리금 보장상품에 대해 자사 상품의 편입 비율을 70%로 제한하고,앞으로 단계적으로 축소할 방침이라고 최근 밝혔다. 올해 상반기 중 감독규정을 개선해 반영하겠다는 일정까지 제시했다. 이 규제는 은행과 생명보험사에 타격을 줄 전망이다. 은행과 생보사가 운용하는 작년 말 현재 자사 원리금 보장상품 비율이 90%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손해보험사는 80%대,증권사는 30%대를 각각 기록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기업과 근로자는 당연히 해당 금융회사의 상품에 투자할 것으로 생각하고 사업자의 안정성과 선호도를 고려해 가입한다"며 "가입자에게 자사 상품이 아닌 타사 상품을 제시한다면 가입자의 선택에 반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반발했다.

◆"퇴직연금 갈아탈 때 과세이연해 줘야"

국세청은 최근 개인퇴직계좌(IRA) 계약을 이전할 때 과세이연이 가능한지를 묻는 삼성증권의 질의에 대해 '과세이연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근로자들이 직장을 옮길 때 퇴직급여를 일시금으로 수령하지 않고 다른 금융회사 퇴직연금 계좌로 옮기더라도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퇴직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계약이전이 어려워지고 소비자 선택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게 금융회사들의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금저축의 경우 다른 금융회사의 연금저축으로 계좌이체를 통해 계약을 이전하는 경우 이를 해지로 보지 않는다는 조세특례제한법 규정이 있다"며 "퇴직연금도 연금저축과 비슷한 취지의 상품인 만큼 똑같이 과세이연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회사들은 업계 의견을 수렴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에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권 올해 퇴직연금 대전(大戰)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들은 올해 퇴직연금 유치를 위해 영업력을 총동원한다는 입장이다. 퇴직신탁과 퇴직보험에 대한 세제혜택이 작년 말로 종료된 데다 올해부터 퇴직급여 사내 유보금액의 손비인정한도가 축소돼 퇴직연금시장이 작년 말 29조원대에서 50조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이다.

금융사들은 기존 퇴직연금에 가입하면서 퇴직금을 중간 정산하려는 근로자도 상당할 것으로 생각하고 개인퇴직계좌(IRA) 유치를 위해서도 주력할 예정이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