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지난해 기업대출보다 가계대출에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24일 발표한 '2010년 국내 은행의 자금 조달 · 운용 현황'에 따르면 작년 말 은행들의 가계대출 잔액은 427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21조9000억원(5.4%) 증가했다. 2009년 증가폭(20조8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분기별로는 △1분기 7000억원 △2분기 8조6000억원 △3분기 3조7000억원 △4분기 8조9000억원의 가계부채가 늘었다. 전체 증가액의 40%가량이 연말에 몰린 것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가 8월 말부터 한시적으로 없어지면서 이 기간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기업대출 잔액은 541조1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조원(1.9%)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09년 19조9000억원(3.7%)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중소기업 대출은 2009년 말보다 2조1000억원(0.5%) 줄었다. 전체 국내 은행 원화 대출금 잔액은 2009년에 비해 32조4000억원 증가했지만 증가폭(3.4%)은 전년(4.3%)보다 작았다.

경기 회복에도 불구하고 기업대출이 늘어나지 않은 것은 은행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줄이고 부실 채권을 정리한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국내 은행 원화자금 조달 잔액은 1161조4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3조5000억원(3.1%) 증가했다. 이 중 원화예수금은 정기예금이 111조원 순증하는 등 133조4000억원(17.2%) 늘어난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와 은행채 등 시장성 수신은 97조9000억원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예대율 규제 도입에 따라 CD를 정기예금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아졌고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져 정기예금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