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은 자본재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세계적인 완제품 수출국가이기 때문에 경제 분야에서 서로 협력할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의 경제 관문인 남아공을 통한다면 더 효과적으로 아프리카 시장에 진출할 수 있습니다. "

힐튼 앤서니 데니스 주한 남아공 대사(53 · 사진)는 2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아공은 월드컵 개최를 계기로 인프라가 확충되면서 기업 환경도 개선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양국 기업 간 협력이 필요한 분야로 보석산업을 예로 들었다. 남아공에는 금과 다이아몬드가 많지만 보석 가공산업은 낙후한 상태다. 만일 한국 기업들이 남아공에 진출해 보석을 가공한 뒤 수출한다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아공은 올해 가장 주목받는 이머징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풍부한 자원과 빠르게 성장하는 내수시장을 보유해 포스트 브릭스 (BRICs)국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교육 인프라 에너지 등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데니스 대사는 "지난해 열린 월드컵이 남아공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월드컵을 열기 전만 해도 치안 불안과 인프라 부족 등으로 관광객이 30만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지만 두 배나 많은 65만명이 다녀갔다. 국가브랜드도 크게 향상돼 투자자들이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그는 "남아공의 다민족이 하나로 뭉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월드컵 개최의 가장 큰 소득"이라고 강조했다.

남아공은 과거 극심한 인종차별 국가였다. 1948년 백인정권이 수립된 후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격리제도로 흑백갈등이 심화됐다. 그러나 1994년 최초로 흑인이 참여하는 민주선거를 통해 넬슨 만델라 대통령을 선출한 후 정치가 안정되면서 아프리카 최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데니스 대사 역시 이런 역사의 격변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는 22세 때인 1975년에 반정부 투쟁조직인 ANC(아프리카민족회의)에 가입해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에 가담했다. 이후 탄자니아 앙골라 잠비아 등에서 망명생활을 하면서 군사훈련을 받았다. 그가 다시 조국으로 돌아온 것은 집권세력이 ANC와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한 1991년이었다. 데니스 대사는 ANC가 집권한 이후 정보부 부장 등을 지냈고 지난해 2월 한국에 부임했다.

그래서인지 그는 인터뷰 내내 민족통합을 강조했다. "많은 나라들이 남아공에서 인종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와 다르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데니스 대사는 "남아공은 내각을 인선할 때도 민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할 정도로 민족 간 균형을 중시한다"며 "오히려 다양한 민족이 조화를 이뤄 공존하고 있는 것이 남아공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 기업에 남아공에 대해 편견을 갖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데니스 대사는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에 대해 잘 알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남아공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효과적인 진출 방안을 찾는다면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한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