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지만 일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돈을 갖기 위해 돈을 버니 허무했습니다. 그때 일본에서 1970년대부터 유행하던 도시락이 떠올랐죠.적은 돈으로 서민들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해결해줄 수 있다니 어릴 적 꿈처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성도 충분했습니다. "

약 20년 전 이영덕 한솥 사장(63 · 사진)은 도시락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굳히자마자 일본에서 도시락전문점 '혼께 가마도야'를 운영하던 재일교포 김홍주 회장을 찾아가 기술을 전수받았다. 그리고 1993년 국내에 '저가 테이크아웃 도시락'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 서울 종로구청 앞에 '한솥도시락' 1호점을 냈다. 개점 당일 26.4㎡(8평)짜리 점포에서 157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늘 매장 앞에 줄이 20~30m가량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20일 서울 서초동 한솥 본사에서 만난 이 사장은 "도시락집을 열겠다고 하니 사법고시와 행정고시에 합격한 대학 동기들은 '왜 하필 밥 장사냐'고 했지만 이제 한솥도시락은 다음 달 초 500호점을 눈앞에 둘 만큼 성장했다"며 "사업과 사회공헌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 어릴 적 꿈을 이룬 셈"이라고 말했다. 한솥도시락은 한끼 도시락을 1700~6000원(현재 가격)에 팔아 배고픈 자취생이나 대학생들 사이에서 입소문으로 성장했다. 현재 487호점까지 열었다.

어릴 적 그는 국가와 민족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이 되고 싶었다. 유복한 재일교포로 태어나 일본 교토에서 초 · 중 · 고교 시절을 보내고 공무원이 되기 위해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졸업을 앞둔 시기 그의 눈에 비친 공무원은 춥고 배고팠기 때문에 꿈을 접고 무역 · 호텔업을 하던 아버지 사업을 물려받았다. 하지만 "돈에 집착하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사업도 잘되고 마음도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고 저가 도시락 사업에 도전했다.

이 사장은 "한솥의 기업 이념은 '따끈한 도시락으로 지역 사회에 공헌한다'"라며 "외환위기 때도 도시락 가격을 동결했다"고 회상했다. 그가 운영하는 일식집 '미타니야'도 정통 일식을 중 · 저가에 선보이고 있다.

2009년부터는 굿네이버스와 함께 결식아동 돕기에 나섰다. 2009년 도시락을 팔 때마다 일정 금액을 적립해 굿네이버스에 기부했고,지난해 여름방학엔 대구 및 경북지역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나눠줬다. 이번 겨울엔 한 소셜 커머스에서 '사랑세트 30% 할인쿠폰'을 팔아 매출의 20%에 해당하는 도시락 2548개를 결식아동에게 전달한다.

그는 "가맹점 모금액과 본사 지원금을 합쳐 10년이 넘도록 서초구에 환경미화원 자녀를 위한 장학금 약 500만원을 1년에 한 번씩 기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사회공헌을 하려면 사업이 기본적으로 잘돼야 하는 법이다. 이 사장은 "경제 수준이 발전할수록 패스트푸드,패밀리레스토랑,간편 가정식 시장이 순서대로 형성된다"며 "외식업은 시각(인테리어와 음식),청각(음악),미각(맛),후각(냄새),촉각(식감) 등 오감을 만족시키는 산업이라 감성이 중요한 21세기에 딱 들어맞는 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년 내 한솥도시락을 1000호점까지,미타니야를 2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이후 한솥도시락은 일본에,미타니야는 미국에 진출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