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20도 강추위에 '얼까봐'..농민, 이중삼중 포장 '안간힘'

"지금이 상품을 제일 많이 내보낼 때인데, 혹한으로 출하를 못하고 있습니다"
설을 2주 앞둔 18일 배나 사과같은 명절 선물용 대표 과일들이 한창 출하될 시기지만 북극발 혹한으로 영하 20도 안팎의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출하가 차질을 빚어 농민들이 애태우고 있다.

서울원예농협 구리지점은 저온창고에 보관해 둔 햇배 100t를 17일부터 선별해 출하할 예정이었지만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20도까지 내려가는 한파가 며칠째 계속돼 이를 연기했다.

지금 출하하는 배는 지난해 가을 수확해 추석에 한몫 판 다음 남은 물량으로, 농협이나 농가에서 0도~영상 1도로 맞춘 창고에 넣어뒀던 것이다.

배는 수분 함량이 90%에 가까워서 요즘 같은 날씨에는 도.소매상으로 이동하거나 택배로 보내는 중에 얼 가능성이 높다.

원예농협 구리지점 관계자는 "배는 순수한 물이 아니라서 영하 1~2도까지는 얼지 않지만, 영하 10도 밑으로 내려가면 포장을 잘 하더라도 차량 이동 중에 얼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온이 평년보다 워낙 낮은 데다 이번 설이 2월초로 예년보다 빠른 영향이 있는 것 같다"며 "일단 2~3일 정도 날씨가 좀 풀릴 때까지 출하를 기다려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 사릉에서 배 농사를 하는 이택현(53)씨는 "원예농가에게는 추석과 설이 가장 큰 대목"이라며 "낮 기온이 영하 1도 수준만 돼도 선별작업을 하겠는데, 보통 추위가 아니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포천시지부도 보유한 사과 90여t 물량의 선별작업을 잠시 보류했다.

작업 과정에서 사과를 깨끗한 행주로 한 번씩 닦아줘야 하는데, 이런 추위에는 행주가 얼어버려 작업 자체를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포천시지부 관계자는 "날짜가 임박하면 출하를 안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사과를 이중포장한 다음 대형 탑차에 담아 바람이 안 들어가게 잘 막고 가까운 거리는 직배송을 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가피하게 상품을 택배로 보내야 할 때는 상품이 밖에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지기 때문에 얼지 않게 하려고 갖은 방법이 등장한다.

C 택배업체의 한 관계자는 "추위 때문인지 아직 과일 배달 물량이 많지 않다"며 "배송을 맡긴 농가나 업체가 과일을 얼지 않게 하려고 비닐로 이중 삼중 포장하거나, 아이스박스에 넣어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역에 한파특보가 발효중인 경기북부지역의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남양주 영하 20.2도, 포천 영하 19.7도 등 대부분 지역이 영하 20도 안팎을 기록했고, 낮 최고기온도 영하 3~4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주연합뉴스) 이유미 기자 gatsb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