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개 가운데 한 개만 불량품이 섞여 있어도 다른 아흔 아홉 개 모두 불량품이나 마찬가진기라."

고(故) 연암(蓮庵) 구인회 LG 창업회장이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를 설립,첫 제품 '럭키크림'을 내놓을 때 직원들에게 한 말이다. LG전자는 연암의 이 같은 어록을 액자로 만들어 모든 해외법인에 전파하며 창업회장의 품질경영 배우기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연암의 손자인 구본준 부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구 부회장은 최근 멕시코 레이노사의 현지 법인을 방문했을 때 공장에 걸린 연암의 어록 액자를 보고는 "침체에 빠진 현재의 LG전자에 가장 중요한 덕목이 품질경영"이라며 이를 모든 해외 법인들이 공유하도록 했다.

연암은 1931년 포목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뒤 품질경영을 바탕으로 꾸준히 사세를 키워 현재 매출 100조원이 넘는 LG그룹의 초석을 놓았다. 화장품,플라스틱 빗 · 칫솔 등 그가 개발한 제품은 전쟁의 혼란 속에서도 국민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연이은 사업 확대 과정에서 연암은 품질경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다. 1940년대 후반 '럭키크림'이 날개 돋친 듯 팔릴 때에도 본인이 직접 화장품 용기의 불량을 체크할 정도였다. 주변에서 "그런 일까지 사장이 직접 할 필요가 있겠냐"는 말이 나오자 호통을 치며 꺼낸 얘기가 바로 멕시코 공장 액자에 걸린 표현이었다. 당시 연암은 "아무거나 많이 팔면 장땡이 아니라 한 통을 팔더라도 좋은 물건 팔아서 신용 쌓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그들은 와 모르노"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구 창업회장의 품질철학이 담긴 어록 액자는 한국어,영어는 물론 전 세계 80여개 판매 · 생산법인이 있는 국가의 언어로 제작돼 전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