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그동안 일본 회사들에 속은 기분이 드네요. "

이준호 에스피지 사장이 지난달 중국 최대 가전브랜드인 하이얼을 방문했을때 하이얼 기술담당 임원이 던진 말이다. 하이얼 기술진은 효율성과 내구성 측면에서 일본 제품과 동등한 수준에 올라 있으면서 가격은 85% 선에 불과한 에스피지의 산업용 기어드 모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동안 왜 회사가 일본 모터를 고집했는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었다. 두 회사는 이번 방문을 계기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에스피지는 16년 전 산업용 기어드 모터를 처음으로 국산화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기어드 모터는 공장 컨베이어벨트,양문형 냉장고의 얼음분쇄기,의료용 침대,정수기 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된다. 저가형 모델을 만들어 내수시장에 데뷔하는 관행과 달리 에스피지는 시제품을 들고 기어드 모터의 본산인 독일로 나갔다. 하노버 산업 전시회에 나가 수출을 타진한 것.이렇듯 초기부터 글로벌화에 나선 덕분에 이 회사의 수출 비중은 50% 선에 이른다. 기어드 모터 분야 세계 강국인 일본에도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엔 일본 업체가 에스피지의 기술을 이용하고 싶다는 뜻을 타진해와 로열티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회사의 연구 · 개발(R&D) 인력은 전체의 4분의 1인 50명.해마다 이익의 30%를 R&D에 투자하고,R&D 인력의 20%를 해외에 연수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로봇용 유성감속기,LCD · PDP용 BLDC기어드 모터,전기자동차용 변속기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BLDC 기어드 모터 개발사업은 에스피지가 우수제조기술연구센터(ATC)로 지정되면서 국책과제로 진행 중이다. 과제 진행 첫해인 지난해에는 100W급 고효율 BLDC 기어드 모터 개발을 완료했으며 지금은 200,400W급 고효율 BLDC 기어드 모터를 개발하고 있다.

에스피지는 작년 매출 1050억원,영업이익 95억원의 실적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고객사가 전 세계 2만여곳에 달할 정도로 다변화됐기 때문에 수요가 탄탄하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