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김반석 LG화학 부회장 "스피드 경영으로 조직 확 바꿔…직원들 눈빛이 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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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당시 신사업 3년 연속 적자…비전 세우고 승부근성 자극
활기 충전하도록 일찍 퇴근…보고·회의는 짧고 간단하게
성공 체험 시켰더니 사람 달라져…해외 우수인재 채용은 직접 챙겨
활기 충전하도록 일찍 퇴근…보고·회의는 짧고 간단하게
성공 체험 시켰더니 사람 달라져…해외 우수인재 채용은 직접 챙겨
"사업과 사람의 변화 속도를 두 배로 높여 네 배의 성과를 내자."
김반석 LG화학 부회장이 2006년 취임 이후 내건 경영 슬로건은 스피드 경영이다. 남보다 '먼저' 앞날을 준비하고,남보다 '빨리' 핵심에 집중하며,남보다 '자주' 성과를 점검해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이 스피드 경영의 요체다.
LG화학은 지난 4년간 양적,질적 성장과 함께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6700억원대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2조5000억원(추정치)을 넘어섰다. 화학업계의 화두(話頭)로 꼽히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 분야에서는 글로벌 리딩 컴퍼니로 위상을 굳히고 있다. 김 부회장이 주창한 스피드 경영이 본궤도에 오른 모습이다.
그는 "사람의 변화가 없는 사업의 변화는 의미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강조한다. '사업의 변화'만으로 이룬 성과는 남들이 쉽게 모방할 수 있는데다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게 그의 신념이다.
LG화학은 올해 사상 최대인 2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와 LCD(액정표시장치) 유리기판 등 신사업과 나프타분해시설(NCC) 증설 등 기존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2006년 취임 당시 최악의 실적으로 회사가 어려움을 겪었는데,이를 극복한 비결은 무엇입니까.
"매출은 증가하고 있었지만 수익은 지속적으로 악화되던 때였습니다. 신사업으로 추진하던 2차전지는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었고요. 이때 제가 생각한 건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떻게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게 스피드 경영입니다. 스피드 경영은 사업의 변화와 함께 근본적으로 사람의 변화를 이루는 것입니다. "
▼사람의 변화란 어떤 의미입니까.
"구성원 스스로가 높은 수준의 목표를 설정하고,이를 반드시 달성하겠다는 투철한 목표 의식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성공체험을 하게 되면 한계돌파 능력이 생깁니다. 이것이 '사람의 변화'입니다. 사람의 변화가 있어야 최고의 기술도 확보될 수 있는 겁니다. "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실행한 일은 무엇입니까.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모든 임직원들이 3개월 이상 직접 참여한 비전 수립 작업이었습니다. '차별화된 소재와 솔루션으로 고객과 함께 성장하는 세계적 기업'이라는 비전을 만들었지요. 매달 전 임직원에게 스피드 경영에 대한 CEO의 메시지를 전달하고,분기별 임원 및 팀장 대상 리더십 워크숍을 개최해 스스로 변화의 주인공임을 느끼도록 했어요. 실제 사내 인트라넷에 있는 스피드 경영 우수사례 공유 게시판에는 해외 사업장의 활동 사례들을 비롯해 수 많은 모범 사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실제 경영에서도 '사람과 사업의 변화'를 실감하고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우선 직원들의 눈빛부터 달라졌습니다. 치밀함과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성공체험을 한 사람들은 눈빛부터가 다릅니다. 매주 직원들을 만나 얘기를 듣다 보면 이제 업무에서뿐만 아니라 가정생활에서도 이러한 성공체험을 하고 있다는 직원들이 많아졌습니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주시죠.
"작년 10월께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보니 90% 이상의 직원들이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한 성공 체험을 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취임 초기에 임원 리더십 워크숍을 열어 사업부장들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고,가장 막강한 경쟁상대와의 대결에서 승리하고 있습니까"라고 질문했더니 선뜻 자신 있게 대답하는 사람들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작년 초에 똑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많은 직원들이 서슴없이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이런 '사람의 변화'가 바탕이 돼 회사 사업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겁니다. "
▼'배터리론(論)' 등 평소 조직문화 혁신도 강조하시는데.
"배터리에 빨간 불이 들어와 방전되면 쓰지 못하게 되듯 사람도 늦게까지 일해서 에너지가 소모되면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일찍 퇴근해서 충분히 충전해야 다음날 활기차게 근무도 할 수 있고 건강도 챙길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LG화학은 2006년 이후 6시 정퇴근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들 사이에 '이러다 말겠지'라는 인식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부터 솔선수범하고,수년간을 강조하다 보니 조금씩 변화가 생겨 취임 초 50~60점대였던 퇴근 관련 서베이 점수가 지금은 80~90점대로 높아졌습니다. 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데 없는 보고문화는 준비하는 사람이나 받는 사람 모두를 지치게 합니다. 보고는 문제가 있을 때만 찾아와서 하면 됩니다. 좋은 내용은 보고하지 않더라도 향기가 돼 알려지게 돼 있습니다. 회의도 가능한 한 없애고,꼭 필요한 경우에는 자료를 사전에 공유해 의사결정 위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매년 해외 채용행사를 직접 주관하시는데.
"'사람이 회사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는 게 제 경영철학입니다. 사업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특히 LG화학은 현재 새로운 신사업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경쟁자들의 거센 추격을 따돌리고 격차를 더욱 벌리기 위해선 남보다 먼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이유에서 매년 미국과 일본 채용행사를 연간 스케줄을 세울 때 항상 최우선 순위로 잡습니다. 인재 확보가 총성 없는 전쟁이 된 요즘 CEO가 직접 나서는 것은 당연한 것이죠."
▼올해 사업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구체적인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작년보다 투자와 매출 모두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투자는 2009년 1조원 수준에서 작년 2조원으로 늘어났는데 올해도 20% 이상 늘어난 2조4000억~2조5000억원 정도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전기차용 배터리,LCD용 유리기판 등 신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고,기존 석유화학부문도 대산 NCC공장 증설,아크릴레이트 및 SAP(고흡수성 수지) 증설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사업 규모 확장에 맞춰 채용 규모도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릴 방침입니다. "
▼LG화학의 10년 뒤 모습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습니까.
"세계 최고(global top tier) 화학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연구 · 개발(R&D) 능력이 강한 소재 기업이 되는 겁니다. 이런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핵심사업의 1등 추구,고객가치 창조,글로벌 조직역량 강화의 3대 스피드경영 과제를 중점 추진할 생각입니다. 특히 핵심 사업의 1등 추구와 관련해선 사업의 규모를 더욱 확대해 나가고 새로 시작하는 대형 신사업도 조기에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입니다. 사업 포트폴리오에서는 현재 석유화학의 사업 비중이 70% 수준이지만,2015년까지 2차 전지와 정보 · 전자 소재의 사업비중이 크게 확대돼 석유화학과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