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서울 청계광장.영하 11도,체감온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강추위 속에서 조계종 스님과 신자 등 300여명이 죽비소리에 맞춰 절을 하기 시작했다. 털모자와 마스크,귀마개로 무장한 이들은 절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이를 하나씩 벗어버렸다. 108배를 하고 5분 걷기를 10차례.조계종이 민생 안정과 민족문화 수호를 위해 연 이날 1080배 정진법회는 3시간 동안 계속됐다.

조계종이 혹한 속에서 야외 정진법회를 강행한 것은 지난달 국회의 새해 예산안 날치기 통과로 현 정부의 종교 편향 및 민족문화 경시 · 민주주의 파괴를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다. 새해 예산안이 파행 처리되면서 템플스테이 예산이 대폭 삭감되고,4대강 개발사업을 둘러싼 갈등을 원효 스님의 화쟁사상에 입각해 풀려던 화쟁위원회의 노력도 수포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계종은 지난달 14일부터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100일 결사'에 돌입해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총무원 · 교육원 · 포교원 등 중앙 종무기관의 전 직원이 참여하는 108배 정진을 하고 있다. 이날 1080배 정진에는 총무원 중앙 종무기관의 소임을 맡은 스님과 종무원 등이 대거 참여해 '서울 시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낭독한 후 1080배 정진에 들어갔다. 조계종은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성도재일(成道齋日,음력 12월8일)인 11일에는 조계사를 비롯한 전국 3000여 사찰에서 민족문화 수호를 위한 동시법회를 연다. 또 정월 대보름인 다음 달 17일에는 4대강 사업 반대를 주제로 전국 사찰 동시법회를 열 예정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