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은 파란 눈의 서양인들만 걸리는 병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 같은 통념이 자리잡고 있었다. 서구에서 실명 원인 1위인 황반변성의 국내 유병률은 매우 낮은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최근 조사 결과 나이 관련(노인성) 황반변성은 국내 50세 이상 성인에게서 가장 흔한 망막 질환으로 나타났다. 황반변성은 국내에서 당뇨망막병증,녹내장과 함께 실명을 유발하는 3대 안과 질환이 됐다.

황반변성은 한마디로 망막의 중심부인 황반에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다. 발병 여부나 심각성의 정도는 노화 · 유전 등의 선천적 요인,흡연 · 식사습관 등 후천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며 증상도 천차만별이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환자도 있다. 사물이 휘어져 보인다거나 중앙에 검은 점이 가려 보인다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다.

모든 병의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예방인 것처럼 황반변성 또한 통제가 가능한 위험인자를 줄여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흡연은 다른 황반변성 위험인자들의 영향력을 상승시켜 담배를 끊는 것이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서구화된 식생활도 유병률 증가와 관련 있으므로 녹황색 채소 위주의 건강식이 황반변성 예방에 좋다. 고혈압도 충분히 억제할 수 있는 위험인자 중 하나다.

하지만 이미 황반변성이 발병한 환자들에게 이런 예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특히 습성 황반변성의 경우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의 생성과 출혈이 동반돼 실명에 이를 수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레이저와 광역학 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다. 하지만 떨어진 시력을 되돌려 놓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이런 이유로 비정상적 신생 혈관들이 자라나는 것 자체를 막는 약을 눈속에 주사하는 치료가 시행되고 있다. 현재 황반변성 치료를 위한 항체주사요법을 법적으로 허가받은 치료제는 '루센티스'(성분명 라니비주맙)가 유일하다. 루센티스는 과거 치료법과 달리 일부 환자들의 시력을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8월부터는 한쪽 눈당 각 5회까지 보험이 적용돼 많은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그러나 계속해서 진행하는 황반변성의 특성상 일반적으로 루센티스 시술 환자의 약 20%에서 5회 '이상'의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환자들이 6회째부터 다시 100만원 넘는 돈을 내고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제적인 형편으로 추가 치료를 받지 못하고 포기하는 환자들을 볼 때면 담당 의사로서 가슴이 매우 아프다.

실명으로 인한 고통은 개인에게만 그치지 않는다. 주변의 가족,사회 전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 손실 등을 고려하면 높아지고 있는 황반변성 발병률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루센티스에 대한 보험 적용이 확대돼 황반변성 환자들이 걱정 없이 편하게 적정한 시기에 치료받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송수정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안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