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금융위기를 주식 매입 기회로"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주식보유 판도가 바뀌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잔고는 본격적인 금융위기 영향권에 휩싸이기 직전인 2007년 말 325조원에서 작년 말 368조원으로 13.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8.1% 상승했다.

코스피지수는 2007년 말 1,897.13에서 2008년 말 1,682.77, 2009년 말 1,124.47로 떨어졌다가 작년말 2,051.00으로 올랐다.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주식시장이 곤두박질쳤다가 회복되면서 이탈했던 외국인 자금도 일부를 제외하고 다시 들어온 셈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국가별 주식보유 판도가 다소 달라졌다.

국부 펀드를 앞세운 중국과 중동 국가들이 `큰 손'으로 부상한 반면 장기 투자 성향의 전통적인 투자국들이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단기 투자국은 자금을 뺐다.

한국 주식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던 중국은 2007년 말 617억원에 불과했던 한국 주식 보유고를 작년 말 3조원으로 대폭 불렸다.

같은 기간 사우디아라비아 주식 보유고는 2조원에서 13조원으로 급증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쿠웨이트도 각각 4조원과 3조원에서 7조원과 4조원으로 늘리는 등 중동 국가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급부상했다.

대형 증권사 한 임원은 "중국과 중동 국가들은 정책으로 투자결정을 할 수 있는 국부 펀드를 앞세워 주식을 사들였다"며 "금융위기를 한국을 비롯한 투자 유망국의 주식 매입 기회로 삼은 셈"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룩셈부르크 등은 주식 보유고를 2007년 말 각각 133조원, 37조원, 24조원에서 작년 말에는 150조원, 43조원, 28조원 등으로 다소 늘렸다.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비중이 유지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단기 투자 성향을 보이고 있는 케이만아일랜드는 2007년 말 16조원에서 2008년 말 4조원, 2009년 말 8조원 등으로 줄였다가 작년에는 9조원을 겨우 넘겼다.

스위스도 2007년 6조원에서 4조원으로 감소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통적인 투자국들은 보유분을 금융위기시 대량 매도했다가 다시 사들였으나 일부는 아직 들어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해외 뮤추얼펀드와 연기금, 국부펀드 등이 중심이 된 외국인 매수세는 당분간 유지되는 가운데 강도는 다소 약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