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들의 투자 및 생활 습관은 어떨까. 먼저 숫자와 원가 개념이 철저하다. 하나은행 압구정 골드클럽센터의 이연정 팀장은 "한번은 어떤 고객에게 만원 단위 이하를 반올림해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그 고객이 그 자리에서 원 단위까지 정확한 금액으로 정정해 줘 깜짝 놀랐다"면서 "그만큼 부자들의 돈 관리가 철저하고 꼼꼼하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강남 부자들은 부동산 투자를 할 때도 스스로 수익과 비용을 계산,비교 분석한다. 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은 이 같은 자신의 계산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게 프라이빗뱅커(PB)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아침형 인간이 많아

아침 일찍 일어나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형 인간'의 비중이 높다. 김영훈 팀장은 "PB고객들 가운데 저녁 9시쯤 취침해 새벽 4시에 일어나는 부지런한 분들이 적지 않다"며 "이런 분들은 대개 술 · 담배도 멀리하고 식사도 채식 위주로 하는 등 절제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종교생활을 하거나 기부를 실천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김 팀장은 "교회에 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 고객은 한 대학병원 소아암병동에 있는 도서관에 연간 1000만원씩을 꼬박꼬박 기부하는 분도 있다"며 "돈을 어떻게 버는지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어떻게 써야 한다는 철학이 확고한 부자들도 많다"고 말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

투자를 할 때는 단기 차익보다는 3~5년 이상 장기 전망을 감안해 의사결정을 내린다. 그러다 보니 시류에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 특히 1998년 외환위기 때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돈을 번 부자들이 많다. 삼성전자와 같은 블루칩에 투자해 놓고 2~3년 정도 지켜보는 식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부자들은 남들과 차별화된 전략으로 짭짤한 수익을 올렸다.

강원경 센터장은 "한 고객이 작년에 빌딩을 사면서 거액의 대출을 받았는데 공실로 인해 임대료 수익으로 이자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할 정도였다"며 "2~3년 이후를 내다보고 그때까지 손실을 감내하면서 지켜보겠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가능한 투자 전략"이라고 말했다. 그는 "웬만한 사람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투자"라며 혀를 내둘렀다.

◆인맥,네트워크 중시

강남 부자들은 인맥,네트워크에 공을 많이 들인다. 강 센터장은 "네트워크를 넓히기 위해 비싼 돈을 들여 대학 최고경영자 과정을 다니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인맥에서 나오는 정보의 힘을 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이와 관련, "자녀 결혼을 위해 상대방의 학력이나 집안 등을 꼼꼼하게 검증하는 부자들이 많다"며 "이는 혼맥을 통해 부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기보다 1세대에서 쌓은 부를 2세대와 3세대를 거치면서 축나지 않도록 하는 방어적인 목적이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