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악재속 D램·LCD 선방
스마트폰·태블릿PC 뒷심 발휘
대규모 투자로 시장지배력 강화
주가 100만원 넘어설지 관심
삼성전자의 뒷심은 막강했다. 캐시카우인 D램과 LCD(액정표시장치)사업이 시황악화에도 불구하고 기술력으로 선방하면서 지난해 매출이 사상 최초로 150조원을 돌파했다. 국내외 전 직원 19만여명이 1인당 8억920만원(72만달러)이 넘는 매출을 올린 셈이다.
지난해 매출(153조원)을 달러로 환산하면 1366억달러로,1294억달러였던 헝가리의 연간 국내총생산(GDP)을 뛰어넘는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도 매출 40조원을 돌파하며 분기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반도체 LCD 지난해 4분기 '선방'
지난해 4분기는 악재의 연속이었다. LCD의 가격 하락에 D램 값마저 폭락했다. 지난해 10월 초 1.81달러였던 D램 고정거래가(DDR3 1Gb 기준)는 연말엔 0.97달러로 1달러 선이 깨졌다.
LCD 패널 값도 빠져 46인치 TV용은 작년 10월 370달러에서 지난해 말엔 342달러로,올초 들어선 339달러까지 주저앉았다.
시황악화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4분기 3조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기술의 힘'으로 평가받는다. 특히 반도체사업부는 가격폭락 속에서도 4분기에 2조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D램 미세공정 기술이 일본 대만 등 경쟁업체들보다 한 단계 이상 앞서 있던 덕에 시장점유율을 40%대로 올려놨다. 스마트폰 갤럭시S와 태블릿PC 갤럭시탭의 호조도 빼놓을 수 없다. 애플 열풍에도 불구하고 갤럭시S 누적판매량은 출시 7개월 만에 1000만대를 넘어섰다.
◆올 1분기 실적 개선폭 커질 듯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0' 행사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거래선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지만 1분기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며 낙관했다. D램 값이 하락했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 쓰이는 낸드플래시 가격이 최근 20% 이상 올랐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 시장에서도 실적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D램 값이 0.8달러 선까지 내려앉을 것이라는 시장전망에도 불구하고 LCD와 D램 가격이 1분기 중에 바닥을 치고 반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영준 LIG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1분기부터 LCD와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실적 개선폭(7000억~8000억원)이 커지고 스마트폰 기종이 늘어나면서 마진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또 올해 반도체(10조3000억원)와 LCD(5조4000억원) TV(8000억원) 사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시장지배력을 높이면서 분기별 평균 20%대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성호 한화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11월 이후 30% 넘게 올랐지만 숨고르기 과정을 거치더라도 90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급격한 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한차례 숨고르기 뒤에 다시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경쟁력을 바탕으로 올해 영업이익 20조원을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20년까지 연간 매출 4000억달러(약 448조원)를 달성하겠다는 삼성전자의 장기 목표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전망이다.
김현예/강지연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