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파이팅] (6) "車 소리에도 감성 넣어 브랜드 가치 높이겠어요"
"전기차 블루온(Blue On)을 개발할 때 차가 너무 조용한 게 오히려 고민이었어요. 엔진 없이 전기모터로만 구동하니까요. 보행자들이 차가 다가온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였죠.자칫 위험할 수 있어 '가상 엔진음'을 집어넣었습니다. "

서울 양재동 현대 · 기아자동차 본사에서 만난 박동철 연구위원(44)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지난해 말 엔지니어들의 '별'로 통하는 연구위원(임원)으로 승진하는 등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개인 연구실을 사용할 수 있으며,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우선적으로 예산 지원을 받는다.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는 이와 별도다.

박 연구위원은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 내 개발품질담당 조직에서 소음 · 진동(NVH) 분야의 전문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 그는 "소음이 거의 없는 친환경차가 주행할 때 보행자 인식음을 발생시켜 주는 기술 등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며 "요즘엔 각종 전자기술을 활용한 소음 · 진동 제어가 중요해지는 만큼 이 분야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대학생 때부터 현대차와 인연을 맺었다. 1990년 현대차 연구장학생으로 선발된 그는 서울대에서 기계설계학으로 석 · 박사 학위를 땄다. 1996년 현대차에 입사한 이후 NVH 분야에만 매달렸다. 제네시스와 신형 쏘나타,블루온 등의 소음 · 진동 기술을 개발했고,제네시스 쿠페와 같은 스포츠카의 배기음도 연구했다. 지금까지 해외 학술지에 10편,국내 학술지에 22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6건의 특허를 출원해 놓고 있다.

박 연구위원은 디자인에 이어 NVH 분야에서도 감성품질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엔 각종 소음을 없애는 게 지상 목표였다"며 "하지만 정숙성이 오히려 미세한 잡소리를 부각시킬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한 후 연구의 흐름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차 안팎의 소리를 무조건 줄이기만 할 게 아니라 기분 좋은 소리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차내 소음 및 진동 수준에 특히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의 성향이 관련 기술 개발을 촉진시켰다"며 "탑승자가 엔진음과 와이퍼 작동음,경고음 등 각종 소리를 조화롭게 들을 수 있게 되면 자동차의 브랜드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음과 진동을 가장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박 연구위원은 각종 흡차음재를 사용해 소리의 차내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흡기계나 배기계,차체 구조 등 외관 디자인도 중요하다. 주행음이 공기 저항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다. 그는 "요즘엔 연비가 중시되고 있어 흡차음재를 쓸 때도 최대한 무게를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대 · 기아차는 앞으로 쏘나타 · K5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 하이브리드카를 쏟아낼 계획이다. 박 연구위원은 "엔진과 전기모터를 번갈아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탑승자가 주행 도중 소리의 변화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며 "엔진 등의 소리가 갑자기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입사 때 800여명에 불과했던 동료 연구원들이 지금은 9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회사가 발전했다"며 "멀리서 차 소리만 듣고도 현대차나 기아차임을 알 수 있도록 독특한 브랜드 사운드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