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금 가격은 전일 대비 온스당 44.10달러(3.1%) 하락한 1378.80달러에 마감됐다. 지난해 7월1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찰스 네도스 시카고 올림푸스선물 상품투자전략담당은 "지난해 금을 편입했던 펀드 등이 대거 매각에 나섰다"며 "지난 며칠간의 달러 강세가 매도세를 촉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이 약세를 보이면서 은 가격(3월물)도 온스당 1.617달러(5.2%) 떨어진 29.508달러에 거래됐다. 은 선물은 전날 31.275달러로 뛰며 30년 만의 최고치를 다시 깼지만 하루 만에 큰 폭으로 곤두박질쳤다.
금과 은 선물 가격이 폭락한 것은 원자재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인 금 은 등 귀금속에서 달러와 채권 주식 등으로 투자 대상을 바꾸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말부터 각국 주요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인 데다, 달러화 가치가 사흘 연속 강세를 나타내자 상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톰 폴리키 시카고 MF글로벌홀딩스 애널리스트는 "현 장세에선 주식이 금보다 더 매력적"이라며 "경제지표 개선이 주식시장을 (상품보다 더) 매력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 투자 상투론도 고개를 든다. 프랭크 래시 퓨처패스트레이딩 귀금속 트레이더는 "미국 경제에 대한 비관주의가 약해지면서 금으로 몰리던 수요가 약해진 듯하다"며 "역대 최고가를 기록 중인 금을 추격매수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10년간 이렇다 할 조정 없이 오른 만큼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하고,투매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정을 거치더라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미국 경기가 완연한 회복세를 보이는 것은 아닌 데다 금리도 여전히 낮아 투자자금의 큰 흐름이 단기간에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존 내들러 킷코메탈애셋 애널리스트는 "대형 펀드들이 포트폴리오 조정을 위해 매도에 나설 경우 이를 흡수할 시장의 대기자금 여력은 아직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실제 이날 정규 거래에서 폭락한 금값은 장 마감 후 전자거래에서 0.5%가량 오르는 등 반등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