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금 조성 여부도 추궁
실질 관리자 이선애씨 소환 계획
태광그룹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서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4일 각종 로비의혹을 받고 있는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48)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이 회장이 소환된 것은 지난해 10월 그룹 본사 압수수색 이후 처음이다. 검찰은 조만간 이 회장의 모친이자 그룹의 실질적 관리자인 이선애 태광산업 상무(83)도 이르면 이번 주 내로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이날 오전 9시50분 서부지검에 출석한 이 회장은 방통위 로비 의혹과 비자금 조성,유선방송사 간 내부 부당거래 혐의에 대한 질문에 "(검찰에서) 성실히 답하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여러 혐의 중 방통위 로비의혹에 수사의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티브로드에서 일했던 문모 팀장이 큐릭스 인수 · 합병(M&A)에 대한 방통위 승인을 앞둔 2009년 3월 서울 신촌의 한 룸살롱에서 김모씨 등 청와대 행정관 2명과 방통위 신모 과장에게 '2차 성접대'를 하다 적발된 점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연루자들이 모두 형사처벌을 받아 혐의가 어느 정도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업무와 관련된 로비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2개월 뒤 티브로드와 큐릭스 합병을 최종 승인한 점이 석연치 않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문 팀장은 이후 "회사 지시에 따라 접대를 했는데 억울하게 해임당했다"며 법원에 소송을 내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인 로비를 한 의혹이 불거졌다. 또 검찰이 합병 과정 등에 대한 재수사에 들어간 상태다.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은 지난해 10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태광그룹의 로비 의혹에 대해 "과거 정권의 방송위원회나 현 정권의 방통위를 상대로 로비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흥국생명이 2006년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었는데 태광산업을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한 의혹에 대해서도 로비 여부를 조사했다. 금융감독 당국은 당시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대주주가 이 회장으로 동일한 데도 회사가 다르다는 이유로 흥국생명의 인수를 승인해 "법령을 너무 관대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검찰은 또 이 회장이 비자금 조성 및 편법 상속에 관여했다는 혐의 등에 대해서도 추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은 부친(故 이임룡 회장)에게 물려받아 차명계좌로 보유하던 주식 일부를 매각해 약 160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계열사인 고려상호저축은행,차명 보험계좌,차명 부동산 등으로 관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태광그룹과 관련해 지금까지 회사 관계자 수십 명을 소환조사하고 이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태광그룹 수사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며 "이달 안에 사법처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고운/임도원 기자 ccat@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