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제 관계를 주도할 화두는 무엇일까. 헤리티지재단,랜드연구소,브루킹스연구소,케이토연구소,노무라연구소 등 글로벌 주요 싱크탱크들의 최근 리포트를 분석해보면 '경제위기 탈출' '중국' '미국의 쇠퇴'가 핵심 화두다.

◆경제위기 벗어날 새 해법을 찾아라

싱크탱크들의 대다수 보고서는 미국발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제통화기금(IMF) 등 기존 경제 관련 기구들이 무기력했다며 새로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디 셸튼 케이토연구소 연구원은 "66년 전 설립된 IMF는 위대한 과거 유산"이라며 "그러나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 이후 IMF 설립 당시 목표였던 글로벌 통화정책 공조는 사실상 IMF에는 불가능한 임무가 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IMF가 글로벌 통화안정 부문에 특화된 조직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소의 스바미너선 아이야 연구원도 "글로벌 경제위기 해결에서 IMF의 역할이 제한적인 데다,아시아와 유럽에서 IMF의 개입을 꺼리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IMF가 점점 난쟁이가 되고 있다"며 "앞으로 또 위기가 온다면 현재 IMF 조직으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대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조지 셀긴 미 조지아대 교수는 "FRB가 경제 문제 해결에 무력하다는 데 공감대가 커졌다"며 "FRB 조직을 통화정책 전담기구와 금융규제 전문기구로 나누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런스 화이트 조지메이슨대 교수 역시 "FRB가 부동산 버블을 조장했다는 비판도 있다"고 말했다.

◆중국,여전히 '잠재적 위협'에 불과할까

최근 중국의 급부상도 싱크탱크들의 관심사다. 헤리티지재단은 "중국은 잠재적인 위협이지만 경제 · 외교적으로 미국에 필수적인 존재인 만큼 '현재의 적'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딘 청 헤리티지재단 아시아부문 연구원은 "중국군(軍)의 현대화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며 "중국의 군사력 강화가 중국 영토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위협이 없는 상태에서 진행되는 데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데릭 시저스 헤리티지재단 연구원도 "미국 의회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환율 문제는 물론 국영기업에 대한 보조금 문제 등도 지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중국은 지난 100년간의 역사적 치욕을 씻기 위해 군사력 등 하드파워를 강화하고 있다"면서도 "단기간 내 긍정적인 소프트파워 국가로 변모하긴 쉽지 않다"고 진단했다.

일본의 싱크탱크도 올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의 부상이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존 경제권에 위협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무라종합연구소(NRI)는 '급성장하는 인도 중산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인도 경제의 잠재력에 주목하고,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다이와종합연구소는 올해 글로벌 주식시장 중심축이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향후 10년간 일본 경제를 견인할 곳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라고 전망했다.

◆쇠약한 거인 미국은 회생할까

미국 싱크탱크들은 미국이 초강대국으로서 위상을 잃고 쇠퇴의 길로 빠진 것 아니냐는 문제로도 고심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는 "미국이 재정적자와 경제위기 여파로 위상이 하락하고 있지만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패권국가의 핵심 기반인 국방비를 줄이는 것은 위험한 대책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랜드연구소는 △미국 주택 △빈부격차 확대 △마약 △이민자 대책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분석하며 '미국병'의 원인과 대책을 모색했다.

김동욱/이유정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