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3일 신묘년 새해 특별연설의 화두는 역시 '안보'와 '경제'였다. 이 대통령은 집권 4년차를 맞는 올해 새로운 국가 비전과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이는 집권 후반기 자칫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고 일찌감치 차기 대선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국정과제 달성에 차질을 빚었던 과거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신년 연설에서 '더 큰 대한민국'의 길로 들어서자는 목표를 제시했다면, 올해는 이를 토대로 선진 일류국가 건설에 본격 착수하자는 비전을 국민 앞에 내놓은 셈이다. 특히 지난해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와 각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앞으로 10년을 세계 일류국가로 도약하는 시기로 삼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같은 장기 비전의 실현을 위해 이 대통령이 올해 국정 운영의 핵심목표로 내세운 것은 크게 안보 강화, 지속적 경제 활성화, 그리고 국민의 삶의 질 선진화로 요약된다. 우선 지난 한 해 북한이 천안함 어뢰공격과 연평도 포격이라는 두 차례 '중대한 도발'을 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국가 안보전략의 획기적 재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안보=생존권'이라는 점을 부각하면서 "튼튼한 안보에 토대를 둔 평화 정책과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이미 폐기 단계에 들어간 '햇볕정책' 대신 확고한 대북 억지력과 공정한 상호주의 원칙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대북 정책을 확립하겠다는 변화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북한 정권과 주민을 철저히 분리해 대응하는 기조를 통해 북한 내부의 변화를 유도하는 대북 정책을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지의 일단도 내비쳤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남북간 '대화의 문'이 닫히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비록 북한이 도발 야욕을 버리지 못하고 하지만 지금이라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일련의 과오를 사과하고 진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을 원한다는 진정성을 보인다면 언제든 한 민족으로서 협력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이는 이 대통령이 신년연설에서 북한이 핵과 무력 도발을 포기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북한의 경제발전을 돕겠다는 `그랜드 바겐'의 통일 비전을 재확인한 대목에서도 입증된다. 홍상표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남북 관계가 경직된 상황에서 특별하게 타임 스케줄을 당기거나 조절하거나 하는 구체적인 의미가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며 "북한이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그 다음에 어떤 액션을 취하거나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홍 수석은 또 "결국 관건은 북한이 핵 문제와 남북 관계 발전에 대해 진정성있는 태도를 과연 보이느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북한을 향해 군사 도발시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하는 동시에 핵개발 시도를 포함한 `군사적 모험주의'로 얻어낼 게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북한의 핵 포기를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을 촉구하면서 "관련국들의 공정하고 책임있는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언급, 북한의 혈맹인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경제 활성화는 안보 확립과 함께 올해 국정 운영의 두 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경제 살리기'를 기치로 국민의 선택을 받았던 기억을 되살리면서 올해도 '경제 대통령'의 브랜드를 계속해서 특화시켜 나가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집권 4년차임에도 일부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는 원동력은 역시 '실물경제에 밝은 일하는 지도자'의 이미지가 국민에게 어필한 덕분이라는 판단도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일자리 창출, 복지 확충 등을 이루려면 지속적 경제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5%대 고성장과 3%대 물가 안정, 양질의 고용창출 및 서민.중산층 생활 향상의 3대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종합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양질의 시간제 근로직 정착,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공기업 이전, 해안권 발전계획 확정 등의 국정 과제를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파이 키우기'를 위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가속화하고 녹색 분야를 더욱 육성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한미 FTA의 신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중국, 일본과의 FTA 체결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녹색성장과 관련해서는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로, 풍력을 '제2의 조선'으로, 원자력 발전을 수출산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국민 전체적으로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목표도 주요한 새해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이는 고령화 현상이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오면서 기대수명 100세를 기준으로 국가 정책의 틀 전반을 다시 짜야한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고령화.양극화 추세에 대한 근원적인 비전이 삶의 질의 선진화"라면서 일자리, 교육, 복지, 문화, 생활체육, 사회봉사, 안전을 융합하는 `종합적인 대책과 전략'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진보 성향의 야권과 시민사회가 '복지에 인색한 정권'이라는 비판을 거듭하는 데 대한 강력한 반박도 신년연설에 포함됐다. 야당의 공세를 '복지 포퓰리즘'으로 비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정된 국가 재정으로 무차별적 시혜를 베풀고 환심을 사려는 복지 포퓰리즘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맞춤형 복지'만이 적절한 해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국정운영의 핵심 기조인 '공정 사회'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가족복지'를 내놓은 것도 눈에 띈다. 빠른 산업화와 정보화 과정에서 사회의 최소 단위인 가정이 파괴되는 현상이 결국 사회 전체 가치관의 붕괴와 함께 복지 비용의 증가를 불러온다는 문제의식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지난해 G20 정상회의 개최를 언급하면서 현재의 청년 세대를 'G20 세대'로 명명했다. 또 이러한 G20 세대가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1인 또는 소수 창업 지원 강화 , 대기업과 공기업 채용 증원 장려, 국제사회 파견, 교육 개혁 등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국정 핵심기조로 천명한 '공정한 사회' 실현을 위한 정책 과제도 공정거래, 법, 인권, 조세, 노사관계 등 각 분야에서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정연기자 jy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