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에 최고의 주가를 올린 화학주가 2011년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10 화학업종지수 차트>

전문가들은 2011년 화학·정유업종의 기상도는 2010년에 이어 '맑음'으로 진단했다. <한경닷컴>이 국내 주요 증권사(15개社)를 대상으로 2011년도 유망업종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절반에 해당하는 7개 증권사가 유망업종으로 화학·정유업종을 꼽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망업종 1순위로 제시했고, 동양종금·하이투자·메리츠종금증권은 2순위로 꼽았다. 하이·키움·신한·대신증권도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주요 증권사들은 낙관론에 대한 이유로 화학업종의 경우 신흥국가(이머징마켓)들의 성장과 더불어 인프라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정유업종은 글로벌 경기 회복 추세에 따른 업황 개선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회복+中 수요 탄탄…'공급과잉 없어'

2011년에는 글로벌 경기의 호조세와 중국의 성장으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는 탄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내년도 세계경제 성장률은 4.2%로 조사됐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도 성장률이 올해(4.8%)에 비해 둔화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전년도 수치에는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체감경기 측면에서는 오히려 진일보한 양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머징 마켓의 고성장세가 이어지면서 탄탄한 수요가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특히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고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면서 "에틸렌 수요는 전년 대비 약 620만t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2011년 에틸렌 기준생산능력 증가분은 253만톤에 불과하다"며 "2010년 1000만t에 육박했던 에틸렌 신증설 공급 규모에 비하면 현저하게 축소될 것"이라고 했다. 수요증가분에 비해 공급증가분이 제한적일 것이란 설명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에틸렌 생산능력은 전년대비 2.2% 증가하는데 반해 글로벌 경기회복과 중국의 성장 지속에 따른 수요는 5.3% 증가할 것"이라며 "안정적인 수급 상황은 2011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화학株 '구관이 명관'…LG화학·호남석유 '주목'

화학 대장주의 질주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코스피지수 상승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LG화학과 호남석유을 내년에도 주목하라고 강조했다. LG화학과 호남석유는 2010년에 각각 73.0%, 158.6% 올랐다(2010.12.30 폐장일 종가기준)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이 연산 176만t의 나프타분해공장(NCC) 생산능력(에틸렌기준)에 이어 대산공장 증설을 통해 내년 2분기부터 연산 190만t으로 생산능력이 확대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외에도 합성고무(+8만t), 아크릴레이트·고흡수성수지(SAP) 등의 신증설로 국내 생산능력을 적극 확충하고 있다"면서 "중국에서도 LG화학의 주요 제품인 ABS 30만t 신규설비를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완공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제품 믹스를 개선해 경쟁력을 더욱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응주 연구원도 LG화학에 대해 "내년 석유화학 시황 호조가 예상되는데다 중대형 2차전지, 액정표시장치(LCD) 유리기판 등 신사업의 진척상황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고 있다"면서 "주가의 상승여력이 크다"고 긍정적 시각을 유지했다.

그동안 화학업종내 불안요인으로 꼽혔던 중동 신증설 물량의 영향에서도 점차 벗어나는 한해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 경우 호남석유가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백영찬 SK증권 연구원은 "2011년은 해묵은 중동권 생산설비 신증설 영향에서 벗어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중동산 폴리에틸렌(PE)제품의 대중국 수출증가량은 2009년 91만t, 2010년 66만t를 기록했다"면서 "2011년에는 79만t(가동률 80%가정)로 정점을 찍은 후 2012년에 40만t, 2013년 17만t로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백 연구원은 "중동의 신증설 부담이 마감되고 중국의 석화제품 수요 증가가 지속되는 시기에 호남석유가 최대 수혜주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유株, 유가 오르면 수익성 커진다

정유업종의 질주도 계속될 것으로 주요 증권사는 전망했다. 동양종금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은 SK에너지(2010년 상승률 64.4%)와 S-Oil(72.5%)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김재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제마진 개선과 뚜렷한 석유제품 수요 회복에 힘입어 2010년 턴어라운드(급격한 실적개선)에 성공한 정유업체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면서 "2011년에도 석유제품 수요증가율이 공급증가율을 상회하는 데 힘입어 유가와 정제마진 강세가 전망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SK에너지에 대해 "전세계 석유 수요가 중국 등 개발도상국 소비 증가에 힘입어 최근 1년간 급증세를 보였다"면서 "이에 따라 2011년 유가와 정제마진 급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으며 현재 등·경유 마진이 수요회복에 힘입어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자원개발(E&P)사업부문의 가치 상승 추세도 나타날 전망이다.

그는 "적극적인 석유·가스광구 개발사업과 국제유가 상승에 힘입어 자원개발부문 사업가치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향후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정보전자소재 사업으로의 진출 역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2011년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21% 상승한 2조2418억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했다.

S-Oil에 대해서도 신증설에 따른 효과와 배당 매력 등이 부각돼 2011년 질주를 기대했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S-Oil이 1조4000억원을 투자한 온산 플랜트가 2011년 2분기에 가동할 예정"이라며 "업황개선과 맞불리는 증설효과로 영업이익은 전년비 75.9%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곽진희 연구원은 "S-Oil의 등·경유 판매비중이 43.7%로 정유 3사(3사 평균 33.9%)중 가장 높으며 정제마진 확대로 인해 정유부문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면서 "합성섬유 체인인 파라자일렌(PX)가격 상승과 함께 증설분 90만t 가동으로 내년 최고의 실적 상승이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배당매력도 높아질 전망이다. 이희철 연구원은 "2010년까지 신규설비 관련 투자가 대부분 마무리될 예정"이라며 "향후 연간 법인세 차감 전 영업이익(EBITDA)이 1조8000억원~2조원 내외로 올라가면서 내년도 배당도 주당 4000~5000원 내외로 확대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준재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석유화학업종은 내년 상반기에 아시아 내수성장에 따른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고, 하반기에는 미국의 경기회복에 따른 업황 개선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2011년에도 석유화학업종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