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견도박 미식축구 선수 옹호 발언"

"죗값을 치른 사람들에게 사회에 다시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투견 도박 혐의로 징역형을 살고 최근 출소한 미프로풋볼(NFL) 필라델피아 이글스의 쿼터백 마이클 빅(30)과 이글스 구단이 재계약을 체결한 것에 대해 이 같은 소회를 밝힌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워싱턴 포스트(WP)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이글스 구단주에게 전화를 걸어 "빅에게 제2의 기회를 준 것을 환영한다"는 뜻을 표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감옥에서 복역을 한 사람들 대부분이 공정한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심각한 추락을 경험했던 사람들에게 제2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우리의 신념을 전국적으로 보여주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를 놓고 오바마 대통령의 오지랖이 너무 넓은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후 "아버지가 가정교육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을 비롯해 하버드대의 흑인 교수가 백인경찰에게 체포됐을 때는 경찰관의 인종적 편견을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심지어 힙합 가수 카니예 웨스트가 지난 2009년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VMA)' 시상식 무대에 갑자기 올라가 컨트리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수상 소감 발표를 방해한 것을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제2의 기회' 발언을 놓고도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많은 사람들이 잔인한 투견 도박에 여전히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도덕적 면죄부를 주는 것은 곤란하다는 여론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빅은 투견 도박을 주선했으며, 성적이 좋지 않은 투견 6마리 정도는 익사 등 잔인한 방법으로 살처분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비판여론에 대해 빌 버튼 백악관 부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도 물론 빅이 저지른 범죄를 비난하지만, 죗값을 치른 사람에게는 다시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또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미국진보센터'의 최고운영책임자는 "오바마 대통령은 단순히 정부의 지도자일 뿐아니라 미국을 위한 롤모델이자 '도덕의 목소리'"라며 "그래서 정치권 밖에서 문제가 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는 것"이라고 두둔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