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ㆍ치료ㆍ신약 개발에 활용
삼성암센터, 암진단 키트 개발
바이엘, 치매 진단 시약 임상3상
1990년대 이전만 해도 질병의 원인이나 치료 결과를 예상하는 데는 혈액이나 소변의 특정 지표물질을 정성 · 정량 분석하는 게 일상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지표들은 병리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진단에 오류가 많았다. 보다 확실한 것은 조직검사지만 살아있는 사람으로부터 뇌나 췌장 같은 조직을 떼어내는 것은 빈대 잡으려고 초가삼간 태우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전체 유전자 분석으로 질병 예측
분자진단의학 중 가장 관심이 높은 DNA 및 유전자 분석은 분석기간이 단축되고 소요되는 비용이 점점 내려가면서 대중화가 앞당겨지고 있다. 박웅양 서울대 의대 생화학과 교수는 "그동안 의학계가 큰 기대를 걸었던 단일유전자변이(SNP) 분석은 질병조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났다"며 "바이오인포매틱스(생물정보학)의 발전으로 유전자에 대한 완전한 해석이 이뤄져야 한다는 전제가 붙긴 하지만 한 사람의 유전자를 통째로 분석,질병의 발병 가능성과 치료결과를 조기에 예측해 대처하는 방안이 가장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로슈,일루미나,라이프테크놀로지 등 3대 글로벌 유전자 분석진단기기 회사들은 빠른 속도에 저렴한 비용으로 한 사람의 전체 DNA를 분석하는 NGS 진단기기 개발경쟁에 나서고 있다.
◆발병 관련 유전자로 조기 진단 가능
많은 환자와 정상인의 유전자를 면밀히 분석하면 특정 질병을 매개하는 유전자를 규명해 진단키트로 개발할 수 있다. 백순명 삼성암센터 암연구소장이 개발한 '온코타입 Dx' 진단키트는 이에 바탕한 세계적 제품이다. 핵산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통해 21개 암 관련 유전자의 반응 여부를 살피면 특정 종양이 10년 내에 어느 정도 재발하는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유방암 환자 중 항암제를 투여해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약 50% 이상의 환자를 사전에 가려낼 수 있어 불필요한 치료를 피하게 하는 이득도 가져다준다. 백 소장은 현재 한국인의 위암 관련 300여종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높은 유전자키트를 개발해 빠르면 2013년 상품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분자진단의학 중에서 단백질 및 대사체 분석은 상대적으로 연구가 침체돼 있다. 인간의 세포는 불과 3만여종의 유전자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들 유전자로부터 파생된 단백질은 30만여개에 달해 단백질이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미세한 병적 변화도 영상으로 구현
분자영상의학은 첨단 방사선영상진단기기 및 조영제 개발에 들어간 기술을 바탕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다. 독일 베를린의 바이엘헬스케어연구소는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가 뇌조직에 쌓이는 것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영상을 통해 선명하게 그려내는 '플로베타벤' 진단시약을 개발 중이다. 이 신약후보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와 선택적으로 결합해 염색반응을 일으키는 스틸벤에 PET 영상을 구현하는 방사성 물질인 FDG를 합성한 것이다. 이 연구소의 바바라 푸츠 연구원은 "치매는 사후에 뇌를 갈라 조직검사를 해봐야 확진할 수 있고 현 진단 기준으로는 증상이 경미한 초기 경도인지장애(MCI)를 놓치기 쉽지만 플로베타벤을 활용하면 MCI의 조기진단이 가능하고 확진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플로베타벤은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핵심 제조 노하우는 국내 바이오벤처인 퓨처켐이 보유하고 있다.
박 교수는 "분자진단의학은 효율적인 바이오마커(생체표지자)를 발굴한 다음 이를 이용해 보다 효과적인 진단시약 및 신약을 개발하는 한편 전체 유전자를 신속히 분석해 질병 예측과 건강관리에 활용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며 "개인 맞춤의학의 기본이 된다"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분자진단
molecular diagnosis.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수치나 영상으로 평가하는 진단기법.병리적 변화를 간접적으로 판독하는 혈액 · 소변검사보다 정확도가 높고 조직검사를 피할 수 있다. DNA 및 유전자 분석,단백질 또는 대사체 분석,분자영상의학으로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