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주름잡은 펀드들
중국본토펀드 수익률 마이너스..내년 선전 기대


2010년 한해 펀드시장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환매 탓에 꽁꽁 얼어붙었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일부 펀드는 뛰어난 수익률로 투자자들에게 많은 기쁨을 안겨줬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10년을 주름잡았던 펀드는 국내 주식형펀드, 압축펀드, 신흥아시아 펀드, 럭셔리 펀드로 요약된다.

특히 테마펀드에서 독무대를 연출한 럭셔리 펀드는 전체 유형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수익률을 올리며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 탑(Top)'
대유형별로 비교했을 때 올해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지난 23일 기준)는 국내 주식형펀드인 것으로 나타났다.

설정액 10억원 이상(채권형과 MMF는 50억원), 설정 후 1개월 이상 경과한 펀드 중에서 국내 주식형펀드(1천996개)는 연초 이후 평균 18.71%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우위를 점했던 해외 주식형펀드(1천489개)는 수익률이 8.37%에 그쳐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높은 수익률보다는 투자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채권형펀드의 경우에는 주식형펀드와는 정반대의 상황이 연출됐다.

해외 채권형펀드(89개)가 11.26%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국내 채권형펀드(350개)의 수익률은 6.91%에 불과했다.

주식과 채권에 함께 투자하는 혼합형의 경우 국내 혼합형펀드(1천68개)와 해외 혼합형펀드(245개)가 각각 8.66%와 7.65%의 수익률을 올렸다.

우리투자증권 서동필 펀드애널리스트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익률은 코스피지수의 상승률(21.08%)과 유사했다"며 "해외 주식형펀드 수익률이 국내에 미치지 못한 것은 비중이 큰 중국 펀드가 자국의 긴축 정책 등의 여파로 부진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식과 채권은 각각 위험과 안전자산의 대표적 상품이라서 수익률 흐름이 통상적으로 엇갈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올해는 전 세계적으로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이 주요 자산시장에 유입되면서 채권자산 역시 강세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개별 주식형펀드 수익률 최상위와 최하위는?
'주식 같은 펀드'로 통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올해 눈에 띄는 수익률로 주목받은 가운데 ETF를 제외한 개별 국내 주식형펀드에서는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의 'FT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 펀드가 수익률 47.91%로 1위였다.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수익률(18.71%)을 29.20%포인트나 초과한 수치다.

이 펀드는 소수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압축 포트폴리오펀드로, 올 들어 지수나 업종보다는 종목 선정의 효과가 나타나기 좋은 장세가 펼쳐지면서 큰 수익을 올렸다.

이어 KB자산운용의 'KB밸류포커스증권자투자신탁(주식)(운용)' 펀드가 43.95%, 현대자산운용의 '현대현대그룹플러스증권투자신탁 1[주식][모]' 펀드가 43.93% 수익률로 각각 2위와 3위에 올랐다.

'알리안츠베스트중소형증권투자신탁[주식](운용)' 펀드가 39.35%, '골드만삭스코리아증권자투자신탁 1[주식]' 펀드가 39.09%의 수익률로 뒤를 잇는 등 가치주 펀드와 중소형주 펀드의 선전도 돋보였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선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미래에셋맵스아세안셀렉트Q증권투자신탁 1(주식)' 펀드가 55.00%로,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이들 지역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투자럭셔리증권투자신탁 1(주식)(모)'(51.15%)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자[주식]'(47.50%) '우리Global Luxury증권투자신탁 1[주식]'(45.47%) '삼성글로벌베스트동남아시아증권자투자신탁 2[주식]'(45.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라자드코리아증권투자신탁(주식)운용'은 올해 가장 부진했다.

이 펀드는 -6.03%의 저조한 수익률을 냈다.

해외 주식형펀드 중에선 '산은S&P글로벌클린에너지증권자투자신탁[주식]'펀드가 -27.53%로 수익률이 가장 낮았다.

◇신흥아시아 최고…中본토펀드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지역별로 비교했을 때 올해 최고는 신흥아시아 지역이었다.

반면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은 중국 본토펀드는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투자자들을 한숨짓게 했다.

최고 수익률을 올린 지역은 신흥아시아다.

93개의 신흥아시아 펀드는 평균 28.3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35개의 러시아펀드는 23.24%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중동아프리카 22.34%, 인도 19.00%, EMEA(동유럽·중동·아프리카) 16.62%, 친디아(중국·인도) 15.06%, 신흥유럽 14.87%, 아시아퍼시픽(일본 제외) 14.56%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116개의 중국 본토펀드는 평균 -1.00%의 수익률로, 20개로 구분된 지역별 펀드 중 유일하게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현대증권 김용희 펀드리서치팀장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빠른 경기회복세를 타고 주가가 급등하면서 신흥아시아펀드가 가장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에도 이머징시장의 선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중국, 인도, 러시아펀드가 경제 및 증시 펀더멘털 개선으로 양호한 성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테마에선 럭셔리펀드 독무대
ETF를 비롯한 33개의 테마별 펀드 중에선 럭셔리펀드가 단연 최고의 수익률을 올렸다.

럭셔리펀드(9개)의 평균 수익률은 45.96%로, 그 뒤를 이은 농산물펀드(36개)의 수익률 26.29%보다 19.67%포인트 높았다.

또한, 국내 주식형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27.25%포인트나 차이가 난다.

럭셔리펀드란 의류와 자동차 및 패션잡화와 관련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를 보유한 기업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다.

럭셔리펀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41%의 수익률을 기록했지만, 작년 49%, 올해에도 46%에 달하는 고수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지역을 중심으로 경기 회복이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그동안 위축됐던 명품 관련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펀드 수익률 회복이 가속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삼성그룹주펀드가 25.89%의 수익률을 올려 농산물펀드의 뒤를 이었다.

올해 금값 상승에 힘입어 금펀드는 24.66%의 높은 수익을 거뒀다.

반면 기타 ETF는 -14.40%로, 수익률 최하위 테마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기타 ETF란 국내외 주식, 채권에 투자하는 ETF를 제외한 나머지 금 ETF, 리버스 펀드 등을 묶어 일컫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 이계웅 펀드리서치팀장은 "내년에는 금펀드와 국제 유가에 투자하는 펀드를 인플레이션 헷지(hedge) 수단으로 보유할 필요가 있다"며 "반면 농산물펀드는 차익실현 전략을 권하지만, 이상 기후와 달러 약세 부각 시 수익률은 일시적으로 급등락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상품 펀드는 변동성이 높은 지수나 선물에 투자하는 파생상품형보다 경기 회복 기대를 반영할 수 있는 주식형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신창용 기자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