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여성복 브랜드 타임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백화점 여성복 매장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루이비통과 노스페이스는 각각 명품 및 스포츠 · 아웃도어 부문에서 '지존' 자리를 지켰고,남성복에선 전통의 라이벌로 불리는 폴로와 빈폴이 박빙의 승부를 벌이고 있다.

23일 유통 ·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중견 패션기업 한섬이 운영하는 타임은 올 들어 전날까지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의 여성복 부문에서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세련된 디자인 덕분에 정장 한 벌에 100만원이 넘는 '값비싼 국산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복 분야의 수위 자리를 지켰다.

타임의 뒷자리는 진도모피가 이었다. 올초부터 계속된 '모피 열풍' 덕분이다. 젊은층이 선호하는 디자인으로 바꾸고,조끼 등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을 내놓으면서 '시어머니용 예물'이었던 모피를 '30~40대 여성의 겨울 평상복'으로 돌려놓은 것이다. 플라스틱아일랜드와 르샵은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디자인을 앞세워 인기 브랜드 반열에 올랐다. 조영현 신세계백화점 여성팀 바이어는 "딱딱한 정장 스타일을 고집하거나 '공주풍' 옷을 내놓는 브랜드들은 퇴조한 반면 어느 장소에서나 부담 없이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선보인 업체들은 약진했다"고 설명했다.

남성복에선 빈폴과 폴로의 맞대결이 올해도 이어졌다. 롯데에선 빈폴이 폴로를 눌렀지만,현대와 신세계에선 폴로가 앞섰다. 윤여제 롯데백화점 남성상품기획팀 선임바이어는 "그동안 두산에서 운영하던 국내 폴로 사업권이 내년 1월부터 미국 폴로랄프로렌 본사로 넘어간다"며 "폴로 본사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언한 데다 빈폴(제일모직)도 맞대응에 나설 태세인 만큼 내년에는 두 브랜드 간 대결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캐주얼 바람에 밀려 고전하던 갤럭시 마에스트로 닥스 등 정통 신사복 업체들은 비즈니스 캐주얼 라인을 늘리는 등 '변신'을 통해 경쟁력을 되찾았다.

명품 브랜드 중에선 루이비통이 지난해에 이어 '3관왕'에 올랐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3대 백화점의 매출 1위 자리를 독차지했다. 프랑스 명품 샤넬은 롯데(4위→3위) 현대(4위→2위) 신세계(3위→2위) 등 빅3 백화점에서 순위를 작년보다 1~2단계씩 끌어올렸다. 임부환 현대백화점 명품 바이어는 "의류가 주력인 명품 브랜드보다는 핸드백 등 잡화에 강한 브랜드의 매출 상승폭이 더 컸다"며 "명품시계 등 고가 상품 판매도 대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스포츠 · 아웃도어 부문에선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컬럼비아 K2 등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일제히 상승세를 탔고,영패션 · 캐주얼에선 유니클로 갭 등 패스트패션 브랜드와 게스 캘빈클라인진 등 청바지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