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애플의 차이는 어디서 비롯될까요. 바로 브랜드 디자인입니다. "

이나 킴 코카콜라 브랜드 디자이너(38 · 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LG전자의 프라다폰 등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이 애플의 아이폰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브랜드 디자인에서 밀리기 때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브랜드 디자인은 로고 이름 색깔 상품 캠페인 철학 등을 통해 브랜드에 특정 이미지를 인식시키는 작업을 의미한다. 그는 최근 열린 '디자인코리아 2010'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나 킴이 브랜드 디자이너로 일하는 코카콜라는 브랜드 가치만 653억달러(약 65조원)로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1위를 기록했다. 구글은 4위,애플은 14위,삼성전자는 19위로 평가됐다.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대원외국어고 재학 중 아버지 사업 때문에 캐나다로 이주했다. 이후 디자인 사관학교로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의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ACCD)'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다. 브랜드 디자인 전문가로 놀란디자인스튜디오 나이키 등에서 경력을 쌓았다. 특히 2004년 '나이키 골프' 브랜드를 맡아 연 60%의 매출 신장을 일궈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코카콜라에 발탁돼 수석 브랜드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이나 킴은 "브랜드 디자인은 소비자가 상품을 사겠다고 마음을 정하는 순간을 디자인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코카콜라 나이키 등 세계적인 브랜드와 경쟁하려면 제품을 만든 후에 디자인을 생각하는 기존 시스템을 버리고 디자인을 중심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25년째 같은 브랜드를 쓰는 코카콜라가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젊은 느낌을 주는 것은 브랜드 디자인을 통해 더 젊고 건강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고객에게 심어나가고 있기 때문"이라며 "브랜드 디자인은 제품설계,생산,판매,마케팅 등 모든 분야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나 킴은 최고의 브랜드로 '애플'을 꼽았다. "1976년부터 애플은 무지개 빛 사과 로고를 쓰는데 1999년부터 밝은 은색을 사용해 세련미를 더했다"며 "광고와 캠페인을 통해 끊임없이 젊은 이미지를 각인시켜 브랜드 가치를 높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 LG 등이 기술력에서 애플을 뛰어넘더라도 브랜드를 뛰어넘지 못한다면 애플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성공한 브랜드의 특징으로 '위험 감수'를 손꼽았다. 그는 "나이키나 애플은 제품 기획단계에서 미리 소비자의 평가를 받지 않는다"며 "디자인을 통해 소비자의 취향을 선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