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유상증자로 현대건설 인수대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을 사실상 기업 인수·합병(M&A)를 위한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그룹컨소시엄은 현재 접촉 중인 외국계 전략적투자자(SI),재무적 투자자(FI)를 현대상선 프랑스법인의 수 조원 규모 유상증자에 참여시키겠다"며 "증자대금으로 현대건설 인수대금을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상증자를 통해 차입금 의존 규모를 줄여 '승자의 저주'를 피하겠다는 판단이다.

현대그룹은 "실제 자산이나 법인규모가 미미한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을 사실상 SPC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대규모 M&A에서는 해외투자자들이 SPC를 설립해 M&A에 참여하는 방식이 많이 활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대상선을 SPC로 이용할 경우 해외 FI나 SI가 투자자로 참여할 때 예상되는 채권단의 동의절차를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은 현대그룹 컨소시엄 멤버기 때문에, 현대상선 프랑스 법인을 SPC로 활용하면 컨소시엄 멤버 변경에 따라 채권단의 사전동의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