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코스피가 2000대 위로 올라섰다.코스피가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현재 주식시장에 버블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주가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대단히 많지만,적정 주가에 대한 판단은 금리와 기업 이익에 따라 이뤄진다.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주가 상승이 정당화될 수 있다.또한 금리가 낮으면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게 된다.2007년 하반기 2000대 도달 시점과 비교해 보면 상장사들의 이익 규모는 크게 늘어났고,금리는 크게 낮아졌다.

상장사들의 순이익 규모는 2007년에 58조원이었던 데 비해 올해는 80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기업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에 같은 2000대라도 주식시장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007년 10월 13.3배에 달했지만,현재는 9.9배에 불과하다.

물론 주식시장의 PER은 기업분석가들의 이익 추정치에 근거하고 있다.기업분석가들의 실적 추정은 틀릴 수도 있다.최근 14년 동안 애널리스트들의 연초 실적 추정치가 실제치에 부합(10% 이내 오차)했던 경우는 3번이었다.나머지 11번 중 5번은 비관적 추정(실적 추정치보다 실제치가 좋게 나온 경우)이 이뤄졌다.6번은 낙관적 추정(실적 추정치가 실제치에 미치지 못한 경우)이 이뤄졌다.

그런데 실제 발표된 기업 실적이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추정치를 크게 하회했던 경우는 대부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했던 시기에 나타났다.시스템 리스크는 금융 기관의 파산 위험 또는 유동성 위험을 의미한다.자본주의 체제에서 금융 기관은 자금의 순환을 중재하는 인프라로 볼 수 있다.금융 기관이 흔들릴 때다.극심한 신용 경색이 발생하고,주가도 큰 폭으로 떨어진다.또한 이 과정에서 애널리스트들의 실적 추정도 크게 엇나가게 된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관료들은 시스템 리스크 발생을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 극심한 혼란을 경험한 데 따른 반면교사의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경제적인 관점에서는 ‘리먼 파산 이전의 세상’과 ‘리먼 파산 이후의 세상’이 확연히 구분될 정도로 큰 비용을 치뤘기 때문이다.

아마도 관료들은 구제 금융을 지급해서라도 리먼을 살리는 편이 더 나았을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는 지도 모른다.리먼 파산 이후의 극심한 혼란을 경험하면서 금융 문제가 실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조건 막겠다는 관료들의 의지는 뚜렷해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바젤Ⅲ 등의 국제 규약을 통해 금융 부실을 막겠지만,과거의 결과로부터 파생되는 위험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유동성 공급을 통해서 막겠다는 것이 관료들의 확고한 입장이다.그리스에 이어 아일랜드 역시 구제금융을 통해 해법을 마련하고 있다.

시스템 리스크 발생이 관료들에 의해 억제되고 있는 요즘과 같은 환경에서 기업분석가들이 행하고 있는 실적 추정의 신뢰도는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다소의 이익 감소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고 하더라도 현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은 비싸지 않다.

금리 수준에도 변화가 있었다.2007년 하반기 금리는 5%대 후반에서 움직이고 있었지만 현재 금리는 3%대 초반 수준이다.코스피가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데 따른 심리적 부담이 없을 수는 없지만,현재 주가에 대단한 버블이 형성돼 있다고 보기도 힘들다.

주가는 늘 단기적인 오르내림이 엇갈리면서 중기 추세를 형성한다.시간이 흐르면 기억도 나지 않지만,늘 회의와 의심이라는 터널을 거치며 주가는 중기 추세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올해만해도 더블딥,재정 위기,디플레이션 등 온갖 험악한 단어들이 거론됐지만 주가는 올랐다.단기적인 등락을 예측하려고 노력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주식시장의 밸류에이션이 비싸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다.

단기적인 굴곡은 누구도 예상하기 힘들지만,큰 틀에서의 상승 기조는 향후 상당 기간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김학균 <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