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N "北, 제안에 수용적·개방적 태도"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가 19일 북한 측에 남북간 군사 핫라인 가동과 남북 및 미국이 참여하는 분쟁지역 감시를 위한 군사위원회 설립을 제안했다.

미국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는 방북 중인 리처드슨 주지사가 이날 오전 박림수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장과의 회담에서 핫라인 가동과 함께 대치 상황 확대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에서 미국과 남북한이 서해 같은 분쟁지역을 공동으로 감시하는 군사위원회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리처드슨 지사가 "박 국장이 군사적 충돌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남북간 군사 핫라인 제안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은 박 국장이 남.북.미가 참여하는 군사위원회 구성 제안에 대해서도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다며 북한의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NYT는 박림수 국장은 두 제안에 개방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이 제안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고 보도해 CNN과는 다소 온도차를 보였다.

리처드슨 지사는 그럼에도 "이는 약간의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 미 행정부의 대표 자격으로 방북한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방북은 미 국무부의 승인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이 예정대로 사격훈련을 할 경우 북한의 대응 방식에 관해 "박 국장은 직접적으로 답변하지는 않았고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면서도 "그는 적대적이지도 않았고 긍정적인 태도를 보였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행 취재를 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사격훈련과 관련, "북한 인사들은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이들 역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이 현 상황의 긴장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북한의 지도자들은 포격 행위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었고 예정된 사격훈련에 매우 마음이 상해 있었다"고 덧붙였다.

북한 측은 리처드슨 지사에게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의 공동 발굴 재개도 제안했다.

CNN은 박 국장이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의 일부가 발굴됐다"고 말하면서 유해 사진 일부와 한 미군 병사의 군번줄 인식표를 리처드슨 주지사에게 보여줬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리처드슨 지사 역시 이는 "긍정적인 제스처였다"고 평가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리처드슨 지사는 이날 성명을 통해 "외무성과 군부 지도자 3명과의 회담에서 북한 측에 한국군의 예정된 군사훈련과 관련, 최대한의 자제를 강하게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18일 저녁 북한 관리들과 만찬에서 "최대한 신중하고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반도 긴장사태와 관련해 19일 오전(현지시간) 열리는 안보리 긴급회의에 대해서도 "안보리가 분쟁 해결을 위한 평화적인 방법을 찾기 위해 모든 당사국에 자제를 촉구하는 강력한 결의안을 통과시키길 기대한다"며 상당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그는 "지금은 한반도 위기상황인 만큼 안보리 회의가 최선책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리처드슨 지사는 긴장 완화를 위해 북한은 북핵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의지 표명을 넘어서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며 포격과 같은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앞서 "지금 상황은 불씨와 같다"며 매우 민감하고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사태를 진정시킬 뿐 아니라 북한 측이 할 수 있는 조치, 특히 아마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 허용 등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16일 베이징을 통해 평양을 방문한 리처드슨 지사는 19일까지 자신을 초청한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비롯해 리용호 외무성 부상, 박림수 국장 등 외무성과 군부의 주요인사들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번 방북은 개인자격임에도 북한의 우라늄 농축 위협과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한반도 안보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김계관 부상이 직접 초청했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유엔 주재 미국 대사를 역임했던 리처드슨 주지사는 수단과 이라크에 특사로 파견되기도 했으며 1990년대에 두차례 특사자격으로 방북해 당시 억류됐던 미국인 석방을 이끌어냈던 인물이다.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