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 창설자 줄리언 어산지의 성범죄 혐의에 관한 진술이 담긴 스웨덴 경찰 문서가 유출되면서 영국 경찰에 체포됐다 보석으로 풀려난 어산지가 새로운 논란에 직면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8일 전했다.

이 경찰 문서에는 어산지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스웨덴 여성 2명과 성관계를 가졌던 지난 8월 당시 일어난 사건들이 담겨 있다.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편집되지 않은 스웨덴 경찰 문서 사본을 입수해 성범죄 혐의에 관한 두 여성의 진술을 상세하게 공개했으며, 뉴욕타임스는 편집본을 입수해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어산지와 두 여성의 접촉은 합의 하에 시작됐지만 어산지가 여성들의 주장과 달리 콘돔 없는 성관계를 고집하면서 합의 없는 성관계가 됐다.

영국 법정에서 '미스A'로 불린 30대 초반의 여성은 어산지가 스웨덴에 강연하러 왔을 당시 강연 주최 측에서 일했던 여성으로 자신이 집을 떠나 있는 동안 어산지에게 자신의 아파트를 사용하도록 했고 집으로 돌아온 뒤 어산지와 성관계를 갖게 됐다.

미스A는 경찰에서 어산지가 자신의 손이 콘돔에 닿지 못하도록 팔과 다리를 고정시켰다며 결국 콘돔을 사용하긴 했지만 어산지가 콘돔에 무언가를 해서 결국 콘돔이 찢어졌다고 주장했다.

미스W로 불린 25세 여성은 어산지의 강연 며칠 전 TV를 통해 그를 보고 관심을 갖게 돼 어산지의 강연에 참석했고 강연 후 저녁식사 자리에서 어산지의 옆 자리에 앉아 친해져 성관계를 갖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 여성은 처음에는 어산지가 콘돔을 사용했지만 다음날 일어나 보니 자신이 잠든 사이 어산지가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강연 전 미스A에게 행사준비를 돕겠다는 제안을 했던 미스W는 어산지와 연락이 닿지 않자 미스A에게 연락했고, 대화 과정에서 두 사람이 어산지와 콘돔 없이 성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산지와 미스A의 친구는 과거 인터뷰에서 당시 두 여성이 어산지에게 성병 검사를 하라고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그가 검사를 하지 않자 두 사람은 조언을 구하러 경찰서를 방문했고 검찰은 여성들이 진술한 당일 밤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NYT는 어산지 지지자들은 두 여성이 미국 기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에 복수하려는 미국 측의 음모에 가담한 공모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찰 문서 내용은 성폭행 혐의가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결함이 많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하지만 두 여성이 만나 대화한 후에야 경찰서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는 두 여성이 어산지와 성관계를 가진 뒤에도 어산지와 친구 관계를 유지할 의향이 있었다는 어산지 지자자들의 주장에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경찰 문서가 공개되면서 성범죄 혐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며 어산지 지지세력이 중상 모략이라고 일축했던 성범죄 혐의가 위키리크스 편집자로서의 폭로 행위를 압도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에는 어산지의 대의명분이 아닌 어산지라는 사람을 찬양하는 지지자들의 탓도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날 미국 성인잡지 허슬러의 창립자 래리 플린트는 어산지를 '영웅'이라고 부르면서 어산지의 변호 자금으로 5만 달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키리크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성범죄 혐의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모국 호주에서는 어산지가 '사이버 시대의 네드 켈리'(식민지 시대 영국 경찰로부터 부당한 박해를 당했던 호주 인물)로 불리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hisunn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