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는 쇼핑과 다르다. 인간관계란 좋은 파트너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좋은 파트너가 '되는' 일이다. 친구 사이에서 그렇고,연인 사이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자꾸만 '밑지지 않는' 선택만 하려 든다. 하지만 관계란 호혜적인 것이다. 상대방이 밑지지 않겠다고 나오는 순간,서로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이 불가능해져 버린다. 사랑은 선거가 아니다. 그냥 좀 아는 사람 수백명보다 영혼을 기댈 수 있는 단 한 사람이 중요하다. 내가 그에게 무한한 몰입을 보일 때에야 그도 나에게 마음을 열고 책임을 지게 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방황하는 젊은이들에게 보내는 인생 선배의 메시지다. 이 선배는 다름아닌 서울대 학생들이 최고의 멘토로 뽑은 김난도 교수다. '아무리 독한 슬럼프 속에서라도,여전히 너는 너야'란 메시지로 네이버와 싸이월드에서 화제가 된 글 《슬럼프》의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취업 방법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책없는 감상으로 위로하지도 않는다. 때로는 영혼을 껴안는 따뜻한 차 한 잔처럼,때로는 따끔한 죽비처럼 청춘과 호흡한다. 그는 '때로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고백한다.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려라'고 용기를 북돋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재테크하지 마라''스펙이 아닌 그대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라'고 조언도 빼놓지 않는다. 스스로 법학에서 행정학으로,다시 소비자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고시에 실패한 경험을 지닌 그로서는 누구보다 젊은 후배들과 현재와 미래에 관해 나눌 이야기가 풍성하다.

특히 청춘에 대한 그의 직관은 날카로우면서도 온기를 머금고 있다. 그는 청춘을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단언한다. 찬란한 미래를 꿈꾸지만 불확실하기 때문에 버겁고 어둡다. 하지만 시작하는 모든 존재는 늘 아프고 불안하니까 너무 혼자 아파하지 말라고 토닥거린다. 그리고 추락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말 것을 나직이 속삭인다. 바닥은 생각보다 깊지 않다고.

안정적인 삶을 위해 고시에 목매는 젊은이들에게는 쓴소리를 한다. 단순히 대안이 없거나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혹은 안정성과 고소득을 위해 고시에 매달리지는 말라고.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치열한 성찰 없이 성급하게 고시에 함몰하는 것은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무책임한 유기임을 일깨운다.

저자는 신문을 읽으라고 당부한다. 한 신문을 정독하는 것은 포털의 여러 기사를 검색해 읽는 것보다 장점이 많다고 역설한다. 인터넷뉴스의 근본적 문제는 자기주도적 정보 검색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자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정보만 찾으려 하니까 편협한 정보만을 접하게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신문 정보는 무엇이 중요한 이슈인지 쉽게 알도록 해준다. 어떤 정보를 얻는가하는 것만큼 어떤 매체로 정보를 받아들이느냐도 중요하다고 상기시킨다. 신문의 힘은 여전히 세다고 그는 충고한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