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객(禪客 · 참선을 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삼부족(三不足)을 운명처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불문율로 되어 있다. 식(食)부족,의(衣)부족,수(睡)부족이 그것이다. 인간의 추태는 갖가지 욕망의 추구에서 비롯되는데 욕망에서 해방은 되지 못했으나 외면만이라도 하고 있다는 것 때문에 세속의 70 노파가 산문(山門)의 홍안납자(紅顔衲子)에게 먼저 합장하고 고개 숙이는가 보다. '

1970년대 초 오대산 상원사에서 겨울 안거(安居)를 했던 지허 스님이 남긴 글이다.

《선방일기》는 지허 스님이 당시 한 월간지에 연재했던 것을 묶은 책.1993년과 2000년 단행본으로 나왔으나 절판돼 당시 선방의 모습을 고증한 23컷의 일러스트를 보내 새로 출간했다.

안거 기간에 수행자는 새벽 3시에 일어나 저녁 9~11시까지 공양(식사),운력(노동),포행(산책) 외에는 오로지 좌선에 몰두한다. 지허 스님은 이런 선방의 치열한 일상을 담백한 문장으로 전한다.

결핵에 신음하던 스님이 바랑을 챙기자 자신의 내복을 그 바랑에 챙겨주며 가슴 아파하는 모습,수행에서 낙오해 뒷방에서 부표처럼 떠도는 스님,모든 욕구를 떠난 곳으로 가려는 수행자들이 식욕을 견디지 못해 바둥대는 모습 등 수행 이면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