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고 뭉클하다. 실화이기 때문에 더욱 감동적인데 주제는 간단하다. 역경을 뚫고 일어선 사람이 갑자기 자기보다 처지가 어려워진 사람들을 돕는다는 이야기다. 수록된 사연들은 하나같이 특별하다. 책을 덮은 후에도 감동의 발화가 더 거세지는 건 그 때문이다.

2008년 어느 여름날 저자는 외할머니의 낡은 가방 속에서 오래된 편지 뭉치와 'B.버돗'이라는 서명이 적힌 150장의 지급 완료된 수표를 발견한다. 찢겨진 신문광고 한쪽에 'B.버돗'이라는 익명의 기부자가 편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10달러씩 보내주겠다는 내용도 함께 들어 있었다. 광고 내용은 이랬다.

"만약 당신이 내일 먹을 빵을 걱정한다면 제가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편지로 사정을 알려주세요. 익명을 보장해 드리오니 부디 즐겁고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기를!"

1933년 모두가 배고팠던 미국의 대공황 시절.편지를 보내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 10달러를 5달러로 쪼개 150가구에 '작은 기적'을 선물한 'Mr.버돗'은 바로 저자의 외조부인 샘 스톤이었다. 저자는 내친 김에 그 당시 도움을 청했던 사람들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들의 구구절절한 사연을 발굴해냈다. 예컨대 Mr.버돗의 선물을 받은 엘리자베스 번트는 오갈 데 없는 열여섯살 아이였다. 그녀는 아버지가 병으로 죽자 할머니집 부엌에 얹혀 살았다. 번트가 88세에 죽었을 때 장례식장에 모인 사람들 중 그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Mr.버돗이 씨를 뿌린 나눔의 전파력을 그녀가 확인시켜 준 셈이다.

Mr.버돗의 5달러는 지금으로 치자면 100달러의 가치다. 그리 큰돈은 아니지만 그 '선물'로 많은 사람들이 격려와 희망을 얻었으리라.그가 준 것은 5달러가 아니라 누군가 자신을 보살펴 준다는 위안과 용기였던 것이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출신인 저자는 '5달러의 기적'을 뉴욕타임스에 기고해 10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구세군의 종소리가 점점 더 크게 들려오는 세밑이다. Mr.버돗의 훈훈한 나눔의 메시지가 이 겨울 따뜻한 난로 같다.

전장석 기자 saka@m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