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가 잘 듣지 않는 다제내성균 환자가 14일 4명으로 늘어 보건당국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 9일 2명에 이어 이날 2명이 추가로 감염된 다제내성균은 모두 NDM-1(뉴델리 메탈로 베타 락타마제-1) 유전자를 지닌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RE)이다. 카바페넴 계열 항생제로는 이미페넴,메로페넴 등이 있는데 페니실린이나 사이클로스포린 계열 항생제보다 내성균이 적어 최근 많이 사용되고 있다.

카바페넴에 내성을 보이는 균주는 발견지에 따라 구분되는데 KPC형은 북미와 유럽(주로 미국),NDM형은 인도,VIM형은 그리스에서 흔히 발견되고 있다. 국내서는 과거에 VIM형이 드물게 보고됐을 뿐 NDM-1형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분류는 장내세균마다 항생제를 무력화시키는 효소(카바페네마제)가 다름을 의미한다.

항생제 내성은 전 세계적으로 항생제를 과용하기 때문에 생긴다. 미국의 경우 전체 항생제 중 5분의 1 이상이 상기도감염(감기)이나 기관지염에 투여되고 있다. 우리나라 6세 이하 영유아는 하루 1000명 중 45.64명이 항생제를 복용할 정도여서 20~49세 성인의 19.00명보다 2.4배 많다.

송원근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호흡기 감염 질환의 합병증을 막기 위해 항생제를 투여할 필요가 있으나 호흡기 감염은 주로 바이러스에 의해 일어나기 때문에 세균을 죽이는 데 쓰이는 항생제를 남용할 경우 세균이 항생제에 내성을 획득할 기회만 쌓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서 발견된 NDM-1 다제내성균 감염환자는 모두 50대 이상의 중증 만성질환자로 면역력이 떨어져 있고 같은 병원의 중환자실에 입원한 경력이 있다. 양병국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전염병대응센터장은 "언제,어떤 요인에 의해 다제내성균에 노출됐는지 알 수 없다"며 "플라스미드를 통해 장내감염균에 내성 유전자가 전달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라스미드는 세균의 세포 내 염색체와 별개로 존재하면서 독자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DNA로 고리 모양을 띠고 있으며 세균의 생존에 필수적인 유전자는 아니다. 종류가 다른 세균끼리 생식 과정을 거쳐 유전자를 주고 받을 경우 내성 획득 및 전파 속도가 느리지만 플라스미드를 이용하면 쉽게 특정 유전자를 획득할 수 있어 내성의 전파 속도가 빨라지게 된다.

NDM-1 다제내성균은 콜리스틴(폴리믹신E)이나 티거사이클린이란 항생제로 치료 가능하다. 콜리스틴은 과거에 사용하다 신장에 독성을 끼치는 이상반응 때문에 현재 자주 쓰이고 있지 않지만 다제내성균에는 잘 듣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등장할 신종 다제내성균에 대처할 신규 항생제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가 부진한 상황이다. 편도규 중외제약 책임연구원은 "다국적 제약사가 고부가가치를 올리는 항암제나 치매치료제 등의 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는 데다 기존 항생제 시장이 견고해 새로운 제약사들이 진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라며 "현재 일본 제약사들이 2~3세대 카바페넴계 항생제 신약을 개발 중이나 그나마도 임상시험 도중 부작용이 노출돼 중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가 간판으로 내놓은 '슈퍼박테리아 잡는 항생제'는 반코마이신 장내 내성균(VRE) 등 주로 그람 양성균에 초점을 맞춘 것이어서 이후 출현한 카바페넴 내성균 같은 그람 음성균의 방어에는 구멍이 크게 뚫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 다제내성균

여러 종류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동시에 갖고 있는(multi-drug resistant) 세균을 말한다. 치료가 어려워 일명'슈퍼 박테리아'로 불린다. 보건당국은 반코마이신 내성 포도상구균(VRSA),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SA) 등 6종의 다제내성균을 표본감시체계 대상으로 정해 집중 관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