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정 가와코리아 대표 "한국 전통문양, 뉴요커에 통했죠"
1990년 초 뉴욕에 거주하던 한 한국인 주부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즐겨찾곤 했다. 그는 박물관 내 기념품점에서 세계 각국의 유물과 미술품을 테마로 한 기념품들이 팔려 나가는 것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아시아 국가 제품들도 날개돋친 듯 팔렸지만 한국 제품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때만 해도 미술이나 디자인에 문외한인 그가 디자인 관련 사업을 하고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납품하는 첫 번째 주인공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한국 전통문양과 소재를 이용한 프로모션 상품(판촉물)으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강은정 가와코리아 대표(사진) 얘기다.

가와코리아는 지갑과 다이어리,열쇠고리,사무용품 등을 만들어 미술관과 박물관 등에 납품한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예술의전당 등에서 판매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뉴욕 현대미술관 등에 수출한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두바이 등 다른 해외 시장에서도 수출 물꼬를 텄다. 가와코리아의 제품은 철저하게 한국적인 게 특징이다. 추녀마루에서 영감을 얻은 메모꽂이와 한국 전통 창살모양 등을 형상화한 명함지갑 등이 대표적이다. 재료도 자개와 한지 등 한국적 소재를 응용했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의 맏딸인 강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전업주부로 가족을 뒷바라지하다 2001년 우연히 남동생의 웹 에이전시 사업을 도와주었고 이후 이 회사가 디자인 전문업체로 변신하면서 대표 자리에 올랐다. 성장의 기틀은 2002년 판촉물 전시회에 참가하면서 마련됐다. 자개 등에 전통무늬를 새겨 넣은 제품을 전시하자 대기업 해외영업 담당 직원들이 몰려들었다. 월드컵 축구대회 기간이라 외국인 고객을 초청해 놓고 선물을 고민하던 이들에게 가와코리아의 제품은 크게 주목받았다. 대한축구협회에서는 가와코리아에 외국기자단 선물을 주문했고 월드컵 주관방송인 HBS는 임직원 선물을 단체로 구입했다. 강 대표는 이를 계기로 해외로 눈을 돌렸고 2003년 선물용품 전시회인 뉴욕 기프트페어에 나가면서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으로부터 제품 의뢰를 받는 등 해외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지난해 매출은 15억원.

강 대표는 최근 들어 대기업들과 프로모션 상품 공동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해외 시장에 한국문화를 알릴 수 있는 판촉 아이템을 내놓을 수 있고 가와코리아는 대량 판매가 가능해져 매출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아모레퍼시픽과 설화수 프로모션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강 대표는 "자개와 한지 등은 한국이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고 그 활용도도 무궁무진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전통공예 기반 제품군의 저변을 넓히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