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주유소를 습격하고 있다. " 전국 1만2000여 주유소업체들은 요즘 지자체를 향해 이렇게 표현한다. 지자체가 도로에 연결된 주유소 진출입로 점용료를 무조건 높게 물려 횡포를 부린다는 하소연이다. 업계는 "지자체가 수입을 늘리기 위해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점용료를 도로 땅값이 아니라 주유소 땅값을 기준으로 물린다"며 "행정편의주의에 전국 주유소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고 비난했다.

◆출입로 산정 기준 논란

서울 마곡동의 A주유소는 2008년 도로점용료로 553만원을 부과받았다. 강서구는 주유소 토지 공시지가인 ㎡당 316만원을 기준으로 부과액을 계산했다. 그러나 해당 주유소는 주유소 앞 도로의 공시지가인 ㎡당 24만7000원을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주유소 진출입구는 인도 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게 주유소 측 주장이다. 주유소 측 얘기대로 도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하면 점용료는 103만7400원으로 낮아진다. 3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 주유소는 강서구를 상대로 소송을 냈고 지난 2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대법원 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인도 위에 설치되는 주유소 출입구에 대한 도로 점용료는 유사한 '도로'의 땅값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점용료는 주유소 땅값이 아니라 도로 땅값을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 요지다. 점용료는 주유소의 위치에 따라 3~5배 차이가 난다.

그러나 지자체들은 대법원 판결에 아랑곳하지 않고 기존 점용료 산정을 고집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출입구 점용료를 '주유소나 자동차 정비소 부지' 등 비싼 토지를 기준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시행령에는 '인접한 토지'를 기준으로 한다고 돼 있다"며 "주유소 진출입로와 인접한 토지는 주유소 땅일 수도 있다"고 반론을 폈다.

◆전국이 소송대란

대표적인 주유소는 GS칼텍스다. 이 회사는 지난 5월부터 전국 137개 지자체를 상대로 14개 관할법원에 대대적으로 점용료 부과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대법원 판결대로 지난 7일 하루에만 관악구,서대문구,광진구 등 7개 자치구가 GS칼텍스 주유소에 부과한 도로점용료를 취소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소송제기 기간이 지나는 등 기술적인 문제로 패소한 것 외에 대부분 지점 주유소들이 승소했다"고 말했다.

GS칼텍스 소송대열에 SK주유소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 등 다른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도 동참하고 있다. 전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대구와 대전 등 협회 지회들이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며 "소송비용 때문에 참여하지 못했던 개인 업주들도 동참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국 1만2000여개 주유소가 대거 동참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업계는 올해분 점용료 소송액만 최소 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과거 5년간 점용료 중 과다하게 부과된 부분에 대해 환급소송도 낼 태세다. 이 경우 소송액은 1000억원이 훨씬 넘을 전망이다. 주유소 외 자동차 정비소도 유사한 상황이어서 주유소 분쟁이 정비소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