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유동성 장세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풀린 돈이 국내 증권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뛰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내년에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을 시사하면서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달 초 2차 양적완화 조치에 들어갔다. 양적완화란 경기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국채 등을 사들이는 것을 말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리먼 브러더스 파산을 계기로 지난해와 올 중반까지 1차 양적완화를 통해 2조달러를 공급한 데 이어 내년 6월까지 6000억달러를 더 풀기로 했다. 여기에 더해 미국 정부는 최근 감세(減稅)를 2년간 연장키로 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일부 국가의 재정위기 해결을 위해 유동성 확대에 나서고 있다. 일본도 5조엔 규모의 양적완화를 시행 중이다. 한국 국회도 내년 예산안을 309조원 규모로 확정,올해(292조8000억원)보다 5.5% 늘렸다. 전문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에서 풀려나온 돈이 당분간 한국 등 신흥국으로 계속 유입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 올해 6% 수준의 성장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내년에도 4%대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1~2% 수준(IMF · 국제통화기금 기준)에 불과한 미국 유럽 일본 등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다.

증권사들은 유동성장세가 특히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들은 내년 코스피지수가 사상최고치(2085)를 경신할 뿐 아니라 220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지수를 2700까지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에선 이 같은 유동성랠리가 쉽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다수다. 그간 금리 하락폭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3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지난 7일 연 2.89%까지 하락했지만 이후 반등세로 돌아섰다. 부동산시장에서도 온기가 퍼지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