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펀드를 운용 중인 자산운용사들이 연말을 맞아 진퇴양난에 빠졌다. PF펀드 만기가 연말 연초에 몰려 있는데 수익금 상환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로부터 펀드 만기 연장을 승인받지 못하면 펀드에서 투자한 부동산을 싼값에 처분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찮은 상황이다.


골든브릿지자산운용은 롯데건설의 캐슬스파월드 개발사업의 PF 대출채권 650억원어치를 매입한 '골든브릿지특별자산 8호'에서 부실자산이 발생,펀드 평가자산이 278억원 상각됐다고 지난 7일 공시했다. 미분양 사태로 사업에 차질을 빚자 작년 6월 펀드 만기를 올해 말로 한 차례 연기했지만 사업이 아예 중단되자 손실을 중도에 반영한 것이다. PF펀드에서 수백억원대 부실자산이 발생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 펀드는 오는 24일 수익자총회에서 또다시 만기 연장을 허가받지 못하면 사실상 해당 부동산을 공매나 경매로 처분해 수익금 일부를 강제 회수하게 된다. 펀드 평가자산이 상각으로 줄어든 데다 부동산을 싼값에 매각하면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골든브릿지 자산운용 관계자는 "차주에게 충분한 시간을 줬는데도 이자를 내지 않아 기한이익 상실을 통보했다"며 "현재로선 수익금을 제대로 돌려줄 수 없는 상황이어서 공매나 경매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칸서스자산운용도 러시아 사할린섬 골프장 신축사업 관련 PF에 400억원을 투자한 '칸서스사할린부동산 1호'가 내달 만기를 맞지만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형편이다. 지난 9일 수익자총회를 열어 만기 연장을 추진했지만 투자자들의 참여가 저조해 오는 21일로 총회를 연기한 상태다. 칸서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당초 계획인 27홀 중 9홀만 완성된 상태"라며 "여러 방법으로 채권 회수를 위한 시간을 벌려면 만기 연장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들은 공매나 경매를 통한 PF펀드 청산만은 막으려고 애쓰고 있지만 부동산 매각을 통한 투자금 회수도 쉽지 않다.

부산 메리어트호텔 리모델링 분양사업 PF에 520억원을 투자한 '골든브릿지특별자산 18호'는 지난 8월 투자자가 만기 연장을 거부,공매 절차를 진행해 왔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탓에 공매가 쉽지 않자 지난 7일 수익자총회에서 투자자 동의를 얻어 공매 절차를 중지하고 펀드 만기를 사실상 3년 연장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