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지표가 잇따라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경제 회복이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예상보다 크게 감소하면서 고용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가계 순자산도 지난 3분기 증가세로 돌아섰다. 경기부양 효과로 내년 경제성장이 예상을 웃돌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물론 장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달 실업률이 지난 4월 이후 최고치로 올라간 가운데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3차 양적완화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반등하는 지표,조심스러운 낙관론

미 노동부는 지난주(11월29일~12월4일) 신규로 실업수당을 신청한 사람이 42만1000명으로 전주에 비해 1만7000명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노동부는 "지난주 신규 실업자 통계에 연휴 등 특별한 불규칙 요인이 없다"고 설명,시장 수급 요인에 의해 신규 실업자 수가 줄었음을 시사했다. 4주 평균 신규 실업수당 청구는 42만7500건으로 줄어 2008년 8월 이후 가장 적었다. 마이클 스트라우스 커먼펀드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 이후 개선돼야 할 마지막 관문인 노동시장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며 "미국 경제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근거"라고 평가했다.

내년에 고용에 나서겠다는 기업 역시 늘었다. 10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A)메릴린치가 미국 801개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상대로 실시한 연례 조사에서 응답자 중 47%가 내년에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이 대답이 28%였다.

가계 자산 증가도 경기 회복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FRB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가계의 순자산 가치는 올해 3분기 동안 1조2000억달러 늘어난 54조9000억달러였다. 순자산 증가는 소비 촉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양 조치에 의한 단기효과"란 지적도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는 내년 미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이날 상향 조정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언 핌코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 가진 인터뷰에서 "재정 및 통화정책으로 경제성장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내년 4분기 미국 경제가 올해 동기 대비 3~3.5% 성장할 것으로 진단했다. 이 회사의 기존 추정치인 2~2.5%와 국제통화기금(IMF)의 성장 전망치 2.2%보다도 높다. 앞서 골드만삭스도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2%에서 2.7%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에 따른 반짝 회복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최대 통화 관련 헤지펀드 회사인 FX컨셉트의 존 테일러 회장은 "지금까지 성장은 정부의 경기부양 조치에 의한 것"이라며 "미국 경제가 또 다른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최근 전망했다.

버냉키 의장도 CBS와의 인터뷰에서 "고실업률이 지속되면 약속했던 6000억달러 이상 미 국채를 매입하겠다"며 추가로 돈을 풀 수 있다고 시사했다. 그만큼 미국 경제의 앞길이 불확실하다는 얘기다. 오바마 행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해온 경기부양책이 실제로는 효과가 없다고 비판하는 경제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