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 대체용으로 개발해 온 크롬 운영체제(OS)를 공개하고 시연했다. 이 OS를 탑재한 노트북을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개발해 내년 중반께 발매한다. 크롬 OS가 상용화되면 윈도 25년 독주체제에 변화가 생기고,각종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서비스 사업자 서버)에 저장해 놓고 사용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좀 더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은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기자설명회를 갖고 크롬 OS와 이를 탑재한 노트북 시제품을 선보였다. 슈다 피차이 구글 부사장은 "기존 OS는 웹이 등장하기 전에 설계돼 웹에 최적화되지 않았다"면서 "크롬 OS는 웹 그 자체"라고 말했다. 크롬 컴퓨터에서는 각종 애플리케이션(앱 · 응용프로그램)을 웹에서 구동하고 이런 앱을 웹스토어에서 사고판다.

크롬 OS는 업데이트가 자동으로 된다. 윈도와 달리 컴퓨터 사용자가 신경쓸 필요가 없다. 보안이 강화된 것도 특징이다. 크롬 컴퓨터에서는 OS의 핵심 부분에 해커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물리적으로 격리했고,모든 데이터를 암호로 처리한다. '플러그인 샌드박싱'이란 기능도 도입해 제3자(서드파티)가 만든 플러그인이 브라우저나 컴퓨터 코드에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피차이는 "내년 중반께 삼성전자와 에이서가 크롬 노트북을 발매하고 다른 메이커들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은 현재 내부에서 크롬 노트북을 시험하고 있으며 소비자,개발자,학교,기업 등을 대상으로 외부 테스트도 진행할 예정이다. 시험용 크롬 노트북 'Cr-48'은 12인치 스크린에 3세대(3G) 이동통신과 와이파이 접속 기능을 갖췄다. 배터리 수명은 8시간이다.

구글은 크롬 OS를 넷북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었으나 기자설명회에서는 '크롬 넷북'이란 용어를 쓰지 않고 '크롬 노트북'이라고 말했다. 넷북에 시험적으로 적용하는 게 아니라 곧바로 노트북에 적용함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를 겨냥하겠다는 의미다.

구글은 이날 웹 애플리케이션 장터인 '크롬 웹스토어'를 열었다. 개발자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개방형 장터란 점에서는 애플 앱스토어와 비슷하다. 현재는 미국에 한해 기업용만 열었지만 점차 지역과 대상을 넓혀 갈 예정이다. 설명회에서는 뉴욕타임스 신문 앱을 비롯해 게임,쇼핑 앱 등을 시연했다. EA와 아마존은 차세대 인터넷 표준인 HTML5를 적용한 앱을 선보였다.

구글은 크롬 OS의 기반인 크롬 브라우저를 2008년 9월 론칭했다. 피차이는 "지난 1월 하루 4000만명이었던 크롬 브라우저 사용자가 지금은 3배인 1억2000만명으로 늘었다"며 "사용자가 급속히 증가한 가장 큰 원인은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크롬 브라우저를 개발할 때부터 크롬 OS를 생각했고 '속도,단순,안전'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