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 중인 비정규직 노조 대다수는 나오고 싶어하는데 강성지도부가 무서워 탈출을 못하고 있습니다. "

"우리는 다행히 빠져나왔지만 아직도 지도부 눈치 때문에 나오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눈에 선합니다. "

현대자동차 비정규노조가 불법점거 중인 울산1공장에서 감시를 피해 빠져나왔다는 조합원 김모씨(38)와 최모씨(42)는 7일 기자와 만나 "내부 분위기가 강압적인 데다 통제받고 있어 못 나오는 조합원이 많다"며 안타까워했다. 이들은 지난달 15일 노조가 점거파업에 들어간 지 보름여 만인 28일 농성장을 간신히 빠져나왔다. 이들은 "1공장 점거 초기만 해도 대다수 조합원들은 부분파업인 줄 알고 1공장으로 들어갔다"며 "그러나 외부세력과 연결돼 있는 강성 활동가들이 점거농성하는 것을 보고 지도부 몰래 농성장을 빠져나왔다"고 말했다. 파업 초기만 해도 500여명 이상에 달했던 조합원들이 지금은 350여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다는 말도 덧붙였다.

두 사람은 "파업 이탈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강성 지도부는 물론 해고자나 얼굴을 모르는 외부 활동가들이 농성장 통로별로 담당구역을 설정해 현장을 강압적으로 통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도부가 농성장을 빠져나가거나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일하는 조합원들을 배신자로 규정하는 살생부까지 만들어 농성장을 통제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안에서 들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달 금속노조 주도로 작성한 '근로자 지위 확인 및 체불임금 청구 소송'을 위한 위임계약서도 조합원들이 파업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서상에는 조합원들이 금속노조 탈퇴나 불법 파견 투쟁 관련 금속노조 지침에 반하는 행위를 할 경우 계약해지 대상이 되고, 곧바로 정규직 꿈이 사라지는 것으로 조합원들은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이들은 "1공장 점거농성은 전문적인 외부세력과 연계돼 이뤄진 철저히 계획된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소송을 병행해 가면서 순차적이고 단계적으로 파업했더라면 이런 사태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도 피력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