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확실히 변했다. 그동안 증시를 옥죄던 악재들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에서 호재만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 지난 주말 발표된 11월 미국의 실망스러운 고용지표마저 긍정적 재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용지표 악화를 경제회복 지연과 구조적 한계라는 부정적 영향보다 2차 양적완화의 정당성 확보와 추가 양적완화 확대 기대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나흘 연속 상승하며 코스피지수가 1950선까지 올라섰지만 추가 상승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3가지 악재(三災) 중 유럽의 재정위기 우려와 북한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미 봉합 단계에 들어섰고 중국의 긴축만 시장의 변수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번주 초반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도 많다. 미국의 고용지표를 제외한 글로벌 경제지표가 개선되면서 지금의 글로벌 증시 상승이 단순한 유동성 증가에 따른 결과만은 아님을 증명해 주고 있다.

또 오는 9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증시 호재로 꼽히고 있다. 11월의 옵션만기 쇼크 역시 12월에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코스피지수는 올 8월 후반 1730선으로 밀렸다가 9월10일 1800(종가기준)을 넘어섰고 한달여만인 10월6일 1900선마저 돌파했다. 증시 환경적 요인과 주가 패턴만 놓고 보면 1700선 초반에서 1900선으로 가던 당시 상황과 비슷하다는 점도 2000선 돌파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 시점과 8월 후반~9월 초반을 비교해 봤을 때 미국 고용지표의 부진으로 인한 추가 양적완화 확대 기대, 달러약세에 따른 외국인 순매수 확대 가능성,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수준 등에서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아직은 불확실성 완화에 따른 안도랠리 성격이 짙지만 8월 후반과 9월 초반에 경험했던 미국의 더블-딥 위험과 이에 따른 추가 양적 완화 확대 기대 사이에서 형성됐던 W자형의 주가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문제는 역시 가격 부담이다. 지난달 29일 1900선을 뚫고 내려간 이후 나흘 연속 오르면서 60포인트 이상 지수를 회복했다. 2000이라는 '라운드넘버'에 대한 저항도 걸림돌도 작용하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매매 비중이 국내 증시가 악재가 시달릴 때에도 증가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000선을 향하는 데 외국인이 우호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무리는 아니다"고 판단했다.

다만 연말이라는 시점과 라운드 넘버라는 걸림돌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는 점,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 포진하고 있는 점 등이 이번 주의 행보를 더디게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막연한 라운드 넘버에 대한 저항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특별한 이유가 존재하지 않지만 지수 2000에 대한 막연한 라운드 넘버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휩소(속임수)에 영향받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07년 11월7일(종가기준) 이후 2000선을 3년 넘게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지수를 넘어설 체력과 수급이 된다면 굳이 2000선이라는 '라운드넘버'에 대한 경계감은 없어져도 될 기간이 지난 셈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