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어려웠던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마침내 타결됐다. 미국의 요구는 자동차분야에 집중됐다. 미국은 협정 이행 4년 후 승용차 관세를 철폐하고 자동차 수입 급증으로 인한 산업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세이프가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는 돼지고기 관세철폐 시기를 2년 연장하고 복제의약품 시판 허가와 관련한 허가 · 특허 연계 의무의 이행을 3년 유예했다. 또 기업인이 미국으로 전근갈 때 비자(L-1)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연장시켰다.

이번에 타결된 협상 결과만으로 보면,미국 측 입장을 상당부분 수용하면서 미국과의 협정 이행시 우리나라에 발생이 예상되던 피해를 일부 완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의 가장 큰 이익은 한 · 미 FTA를 이행시킬 수 있도록 길을 열었고,경쟁국에 비해 유리한 조건으로 거대 미국 시장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이에 대한 평가는 없고 추가로 타결된 내용만으로 협상을 평가하고 있어 아쉽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2년 전 취임 당시와는 달리 오바마 행정부는 한 · 미 FTA 이행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번 기회를 놓쳤으면 사실상 향후 3년 내 미국과의 FTA는 제자리를 벗어나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국은 내년부터 실질적인 대통령 선거전으로 돌입하게 될 것이고,2013년 새 정부가 들어서도 한 동안 한 · 미 FTA는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번 추가협상에서 우리가 미국 측에 양보한 내용중 가장 관심이 큰 분야는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관세 철폐를 최고 4년간 연장하고,우리나라는 협정 이행 시점에 8% 관세를 4%로 낮춰주기로 한 것이 될 수 있다. 관세 인하로 미국산 자동차가 국내 시장을 크게 잠식할 가능성이 낮고,미국 내 정치일정을 감안하면 지금 타결해 협정 이행 4년 후 미국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우리 자동차업계에도 유리할 수 있다.

앞으로 타결된 내용을 문안으로 작성하고,서명하는 절차를 거쳐 양국 의회의 비준을 받아야만 한 · 미 FTA가 이행될 수 있다. 협상결과에 대해 만족해하는 오바마 행정부는 내년 초 의회 비준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춰 우리나라도 국회 비준 절차를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협상 결과와 전체 FTA 이해관계를 분석해 보면,이번 협상으로 한 · 미 FTA를 조기에 이행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야당과 한 · 미 FTA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기존 협정을 고수하지 못하고 '내주기' 협상을 한 것으로 폄하하고,한 · 미 FTA 반대 논리를 대대적으로 전개할 가능성이 높다.

추가협상 자체보다는 한 · 미 FTA라는 큰 그림을 제시하고, FTA로 인한 경제이익은 경쟁국에 비해 얼마나 빨리 이행시키고 선점효과를 누리느냐 하는 데 있음을 적극 홍보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 한 · 미 FTA 이행을 확정지음으로써 유럽연합(EU)과의 FTA 이행도 순조롭게 추진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2012년쯤에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세계 최대 경제권인 미국 및 EU와의 FTA를 통해 경제이익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 · 미 FTA의 군사안보적 요소에도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한 · 미 간 군사안보적 동맹 강화가 시급한 이때 한 · 미 FTA 이행은 양국간 관계를 밀착시켜 한반도 안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고,이로 인한 안보적 혜택은 경제적 이익을 능가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여야를 떠나 정치권은 한반도 정세를 감안해 한 · 미 FTA를 평가하고 국회 비준을 빠른 시일 내 처리해 주기를 기대한다.

정인교 < 인하대 교수·경제학 >